/사진=뉴시스
재계가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잇단 자발적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복잡하게 얽힌 지분구조를 정리하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효성은 지난 1일자로 존속법인 지주회사와 4개 사업회사로 분할했다. 이에 따라 ㈜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5개사 체제가 출범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특징은 투명성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효성은 지주사와 사업회사 등 5개 회사에 사내이사 11명, 사외이사 20명의 이사진을 선임했다.


조현준 회장은 지주사 대표만 맡았고 나머지 사업회사는 실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들을 대표로 내세웠다. 효성은 앞으로 각 사업회사들이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운영될 수 있도록 감독함으로써 지배 구조개선과 투명경영 실현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한화도 최근 한화S&C과 한화시스템을 합병하고 이사회 중심 경영 및 계열사 독립 책임 경영 강화 방안을 통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쇄신안으로 한화는 오너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게 됐다. 한화S&C는 H솔루션과 재무적투자자인 스틱컨소시엄이 각각 55.36%와 44.6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H솔루션이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라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한화S&C과 한화시스템이 합병하면서 합병법인에 대한 H솔루션 지분율은 26.1%로 줄어든다. 또한 H솔루션은 합병 후 스틱컨소시엄에 보유지분 약 11.6%를 매각해 지분율을 14.5%로 낮춰 공정거래법 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취지에 실질적으로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화 관계자는 “H솔루션은 향후 합병법인에 대한 보유지분 전량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또한 그룹 출신이 아닌 외부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하는 등 다양한 투명경영 방안을 마련했다.

삼성도 최근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 중이던 1조3851억원 가량의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금산법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최근에는 여권이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자산의 3%(시장가치 기준)까지만 보유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 앞으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추가적인 지분 정리가 예상된다.

재계는 이번 지분정리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면서 삼성이 앞으로 순환출자고리 해소 작업을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그룹도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다. 최근 현대모비스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고 현대차와 기아차로 이어지는 단순 구조로 전환하려 했으나 엘리엇·ISS 등 외국계 자본 등의 반대에 막혀 조만간 주주의 의견을 대폭 수렴한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와 투명경영을 위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압박이 개선작업의 배경이라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민간기업의 사안에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기업 통제를 위한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