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지금처럼 분양대금을 받고 2~3년 후 준공하는 선분양제 방식에 비해 공사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후분양제 안착을 위해선 장기적으로 선분양·후분양 융합방식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내놓는다.
◆영세건설사 자금난으로 도산 우려
국토교통부의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짓는 공공분양아파트의 70%를 후분양할 계획이다. 올해 LH가 분양예정인 경기도 시흥장현 A7블록, 강원도 춘천우두 4블록이 첫 대상지다.
민간부문은 자율적으로 하되 공공택지 우선공급, 기금대출 지원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후분양사업자에 화성동탄2, 평택고덕, 파주운정3, 아산탕정 4개 택지를 우선공급할 계획이다.
또 분양자의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용면적 60㎡ 이하 기준 후분양 시 기금대출 한도를 현행 6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높이고 대출금리를 4.1~4.3%에서 3.6~3.8%로 인하한다.
하지만 이런 인센티브에도 건설업계 반응은 좋지 않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인센티브를 준다해도 회사 신용도나 사업장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중소업체는 사실상 후분양제를 감당할 여력이 안된다"며 "주택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부에서는 분양가 인상을 반대논리로 내세우기도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해야 하고 준공 이후 주변시세가 올라가면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분양 리스크가 커져 주택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건설사로서 비용부담 등에 따른 분양 리스크가 커지면 사업성이 불투명한 곳은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후분양제는 참여정부 때도 추진하다가 무산된 바 있다.
◆선분양·후분양 적절한 조화가 대안
이런 우려에도 선분양제 시스템은 분양권 투기를 부추기고 아파트가격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국토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보고서는 선분양제가 건설사의 자본이득만 늘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선분양 자체가 구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가장 비싼 물건을 직접 보지도 못하고 사는 건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영국·호주 등은 건설사가 선분양과 후분양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국내 건설사도 장기적으로 내다볼 때 시장상황이나 사업성격에 맞게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선분양제는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지금은 공급이 100%를 넘어선 만큼 후분양제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시장혼란을 감안해 반시공 후 분양 등의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