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를 활짝 연 베트남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신남방정책’을 추진, 통상정책의 지도를 다시 쓰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기업은 일찌감치 베트남을 새로운 소비시장 점찍고 경제영토 확장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분위기다. <머니S>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기회의 땅 베트남을 찾아 우리 기업의 사업현황과 앞으로의 전략을 살펴봤다. 또한 현지 주요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진출에 필요한 조언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신남방정책의 거점, 베트남을 가다] ⑤ 인터뷰-류항하 코참 회장


류항하 코참 회장 /사진=이한듬 기자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6145개사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베트남정부의 적극적인 개방정책과 지원책에 힘입어 매년 새로 생기는 한국법인수는 700개에 달한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따라 앞으로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머니S>는 지난달 1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인상공인단체 ‘코참’(KOCHAM)의 류항하 회장을 만나 현지 진출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한국기업 위상 ‘쑥쑥’

“베트남은 멀고도 가까운 이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아픈 기억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통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자문화권의 유교영향을 받았고 중국 주변국가이면서도 독립을 유지한 특징이 있습니다.”

류 회장은 베트남시장의 장점에 대해 우리나라와 역사·문화적으로 맞닿아 있는 점을 꼽았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인간적인 유대를 더 중요시하는 점도 우리와 비슷하단다. 이런 공통점을 잘 이용하면 베트남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류 회장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베트남의 성장세가 안정적이고 인건비가 저렴한 게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요소다. 류 회장은 “최저임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고 해도 내년 하노이지역 최저임금이 월 180달러로 한국에 비해 굉장히 저렴한 편”이라며 “인력 교육만 제대로 한다면 한국노동자의 95% 수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노동자의 잦은 이직으로 제대로 된 인력 육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일자리가 워낙 많다보니 일부 제조업 생산공장의 경우 100명을 채용하면 80~90명이 한달 안에 인근 공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추세다. 일자리의 안정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당장의 이익만을 보고 움직인다. 이를테면 인근공장에서 지금 받는 월급보다 단돈 1달러만 더 준다면 곧바로 이직을 결정하는 식이다. 그만큼 새로운 채용도 쉽지만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또한 베트남 면적이 한국보다 3배 이상 넓지만 아직까지 항만, 도로 등의 공공인프라가 부족하고 행정구역별 법과 제도 적용기준이 달라 초기 진출 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코참은 이 같은 경영애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코참은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논 거버먼트, 논 프로핏’ 단체로 베트남정부 및 유관기관의 협업을 통해 우리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친다.

류항하 코참 회장 / 사진=이한듬 기자
례로 코참은 최근 베트남의 법적 초과근무시간을 늘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베트남은 초과근무시간을 연간 200시간을 넘겨선 안되고 업종에 따라 300시간까지만 허용한다. 이에 코참은 현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취합해 베트남정부에 건의했고 지금보다 초과근무시간을 100시간 늘리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류 회장은 “베트남정부에 지속적으로 초과근무시간 범위를 늘려달라고 건의해 현재 정부에서 법을 새로 만드는 중”이라며 “100시간을 늘리는 방안이 내년 말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출시 사전조사 필수

이처럼 코참이 현지 정부를 상대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베트남에서 한국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를 담당한다. 우리나라 기업 한곳이 베트남 전체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셈이다.

삼성 외에도 LG, LS, 효성 등 다양한 대기업이 현지에서 대규모 고용창출을 비롯해 경제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모임인 코참의 목소리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게 류 회장의 설명이다.

류 회장은 “한국정부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의 발언을 무시할 수 없는 것처럼 베트남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코참의 건의에 베트남정부가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베FTA 비준시기를 앞당기는 데도 코참이 큰 역할을 했다. 류 회장은 “당초 베트남에서는 한·베FTA 비준을 2016년 1월부터 하려고 했지만 우리정부 입장에서는 관세율 등의 문제로 2015년 12월로 앞당기길 원했다”며 “한국대사관 측에서 이런 의견을 피력했고 코참에서 현지정부와 유관기관, 베트남 경제단체 등에 발효시기를 앞당겨 줄 것을 건의해 결국 2015년 12월21일 FTA가 발효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베트남에서 한국기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지만 현지진출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류 회장은 말한다. 이미 우리기업들이 진출해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 진출했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류 회장은 “‘누가 베트남에 갔더니 잘 된다더라’는 이야기만 듣고 섣불리 들어와선 안된다”며 “지역마다 업종별로 인센티브가 다르므로 사전에 세밀한 조사를 거쳐 업종에 따라 진출 지역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베트남을 생산거점으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소비시장으로 할 것인지 진출목적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며 “현지 사정을 모를 경우 코참이나 코트라 등을 통해 전문가를 소개받아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필
▲1956년 출생 ▲인하대 기계공학과 ▲아주대 경영대학원 MBA ▲198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입사 ▲2002~2007년 한비코(현 두산비나 하이퐁) 대표 ▲2008~2011년 두산중공업 하노이지점 설립 및 초대지점장 ▲2011~2015년 두산비나(두산중공업 현지법인) 대표 ▲2015~2016년 제11대 코참회장 ▲2017년~현재 제12대 코참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호·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