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국에서 발생한 토요타 차 급발진 사고는 자동차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리콜 이슈였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의 차가 리콜되고 소송합의금, 리콜비용, 벌금 등으로 약 5조원 이상이 투입된 전대미문의 대형 리콜 사건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해당 모델의 결함을 밝혀내기 위해 약 10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최고의 자동차 전문가를 투입해 철저하게 조사했다. 심지어 최고의 공학기술을 가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까지 투입됐다.
그럼에도 당시 미 교통부 장관이었던 레이 러후드는 기자회견에서 “토요타 자동차의 급발진사고 9건을 조사했지만 전자제어장치에서 결함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의 결함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조사과정에서도 각종 의혹이 난무했고 소비자 불신이 커져 파산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그럼에도 토요타는 전 세계적으로 적극적인 리콜을 통해 다시 신뢰를 회복해 글로벌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최근 독일 수입차 BMW 차종에서 화재사고가 잇따르며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BMW는 글로벌 본사 기술진과 함께 화재원인을 조사했고 이를 통해 일부 엔진부품에 결함이 있다고 인정했다.
한국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했으며 현재 약 10만대에 달하는 차종에 대해 부품을 교환하는 리콜이 한창이다. 부품수급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연말까지 리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시중에는 화재원인을 놓고 온갖 추측과 의혹이 난무한다. 수많은 자칭 자동차전문가가 등장해 “BMW가 밝힌 화재 원인을 믿을 수 없다”며 자체 실험을 하거나 온갖 해외사례를 언급하며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회사는 EGR(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문제라고 설명하고 한 소비자단체는 ‘바이패스 밸브 오작동’이 화재 원인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ECU 세팅’이 문제라거나 ‘엔진 설계 자체의 문제’라는 주장도 이리저리 엇갈린다.
토요타 리콜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 차 결함에 대한 조사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설익은 주장과 의혹은 오히려 불필요한 국민적 혼란과 불안감을 키울 뿐이다.
현재 정부는 최고의 전문가집단에 민관합동조사단까지 꾸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재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에 있는 어떤 자동차전문가도 이 조사단의 실력을 능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성급한 결론 내리기’와 ‘비난을 위한 비난’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결과가 도출될때 기다리는 인내심과 긴 호흡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