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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12월17일 확정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2학년 대상 소프트웨어(SW) 코딩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코딩은 C언어, 자바, 파이선 등의 컴퓨터 언어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으로 프로그래밍과 비슷한 말이다. 간단하게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행위’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테면 게임에서 캐릭터가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동작을 컴퓨터의 언어로 입력해 실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의무화한 후 올해 초등학교 5·6학년까지 그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은 실과시간에 코딩교육을 연간 17시간 이수해야 한다.


◆교사 70%, 교육 준비 충분치 않다

코딩교육의 연착륙을 바라는 정부 희망과 달리 교육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삐걱거리는 파열음이 새어나왔다. 결국 일선 중학교 가운데 60%가 코딩교육의 도입을 1년 늦췄다. ‘교육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런 중학교의 경우도 정보·컴퓨터 전담교사가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담임교사가 전과목을 담당해야 하는 초등학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016년 기준 컴퓨터를 전공한 초등학교 교사는 약 4.7%다. 이에 정부는 전체 초등학교 교사의 30% 수준인 6만여명에게 SW 직무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한 교육전문매체의 조사결과 초등학교 교사 10명 중 7명은 코딩 정규교과 도입을 위한 교사 연수가 ‘미비하다’(70.1%)고 답했다.


가장 부족하다고 여기는 분야로 ▲효율적으로 코딩을 가르치기 위한 교수법(45.4%) ▲코딩 기본 개념(22.0%) ▲코딩 문제풀이(17.0%) 등 기본적인 교육과 관련된 항목을 지적했다. 정부가 초등학교에 코딩교육을 의무화하기 위해 실시한 방안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송파구의 초등학교 교사 A씨(31)는 “방학기간 직무교육을 받았지만 아직 코딩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다”며 “코딩 교육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모든 학생이 배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심지어 과목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초등학교 5·6학년 담당이 아닌 교사는 코딩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컴퓨터 교육 열풍은 있었다. 특히 40대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에게 코딩은 그리 낯설지 않다. 1980년대 전국에 PC 보급 대중화 열풍이 불면서 베이직, 도스교습을 내세운 컴퓨터학원이 우후죽순 생겼다. 당시 컴퓨터학원에서는 베이직, 도스뿐만 아니라 코볼, 포트란을 배우는 이도 더러 있었다.

당시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데 필요한 비용은 만만치 않았으나 일부 전공자 외에는 효용성이 전혀 없어 적지 않은 사회적 낭비를 초래했다. 물론 학교에서도 방과후시간 등을 활용해 PC를 배울 수 있었지만 제대로된 수준의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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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열풍에 변질 우려

4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복기하는 양상이다. 공교육이 제대로 된 방안을 찾지 못하고 교과에 편성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동안 사교육이 시장을 잠식한다. 2017년 말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코딩 과목을 개설한 학원·교습소는 2015년 3곳에서 2017년 25곳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강남에서만 2년 사이에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 10곳이 새로 생겼다. 교습비도 비싸다. 강남의 한 코딩학원은 7단계로 나뉜 과정당 1개월 수강료가 60만원이다. 특수반 여부에 따라서는 최대 100만원선까지 치솟는다.

학부모들은 코딩교육 의무화 소식에 불안해 한다. 경기 수원시의 학부모 B씨(39)는 “올해부터 코딩교육을 의무화한다는 소식에 컴퓨터 학원을 알아봤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며 “앞으로 국어, 영어, 수학에 코딩까지 더해져 ‘국영수코’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학원에 보내주고 싶지만 수강료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코딩교육을 통해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도입의 당위성을 내세운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딩교육으로 문제해결 기반 사고와 생각언어를 가르칠 수 있다”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코딩은 어려운 수준의 프로그래밍이 아니고 복잡한 문제를 작은 단위로 잘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늘어나는 코딩사교육을 방지할 대책은 세우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코딩교육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사교육시장을 억제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방안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코딩교육을 추진하는 취지는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함인데 사교육 경쟁이 높아지면 당초 취지가 완전히 변질될 수밖에 없다”며 “대학교 SW 특기자 전형 등을 노리기 위해 코딩교육은 입시용으로 전락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능력개발보다 입시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현업에서는 코딩교육 의무화를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코딩을 교과과정에 포함해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연간 17시간이라는 교육이수시간도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인력·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하는 코딩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3호(2018년 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