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은 옛말. 보장된 상권으로 통하던 민자역사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십년 넘게 유령 건물로 방치된 역사가 있는가 하면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역사도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이 입점한 역사들은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이들도 장기 계약이 끝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민자역사가 어쩌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일까. <머니S>가 민자역사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봤다.<편집자주>

서울 청량리역.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청량리역. /사진=김창성 기자
[민자역사의 몰락] ⑤·끝 ‘관련법·낙찰방식’ 싹 바꿔라

민자역사 상권의 미래가 암울하다. 노후화된 역사 재개발을 통한 상권 활성화가 목표였지만 경영악화로 폐업하거나 사업 추진을 중단해 흉물로 방치된 곳이 적지 않다. 이들 중 일부는 시장 트렌드의 변화를 따르지 못했고 일부는 도심 상권이 옮겨가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골칫덩이로 전락한 민자역사 상권을 살리기 위한 해법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민자역사 논란 원인은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이하 권): 민자역사 개발은 그동안 코레일과 민간회사가 합작해 ㈜민자역사 법인을 별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코레일은 30년 동안 임대하는 조건으로 철도부지 안에 있는 땅을 민자역사로 개발할 수 있도록 했고 민간회사는 자본을 투자해 개발한 뒤 지분에 따라 이익을 분배했다.

문제는 민자역사 개발사업이 자본유입 부족으로 진행도중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거나 공사도중 건설사의 부도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하면서 벌어졌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민자역사 사업자 측에 투자금 반환 청구를 문의하면 민자역사는 코레일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공방이 불거졌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이하 이): 민자역사는 유동인구가 많아 상권 형성이 빨리 되고 임대권도 거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세금이 없다는 점 등으로 조명 받았다. 하지만 상권분석 실패로 정작 완공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성과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시행사를 선정한 문제도 있다.


또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는 일부 민자역사(영등포역·서울역 등)의 경우 ‘30년 운영’ 기간 만료로 국가 귀속여부를 두고 연장, 재연장 등 잡음이 발생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 개정 필요성은

권: 국가에 귀속되면 국유재산법이 적용돼 기존의 30년 운영권을 최장 10년(기본 5년, 추가 5년)으로 줄여 민간에 위탁하게 된다. 기존 30년의 임대기간이 10년으로 줄면 사업자로서는 시설 투자비용 등의 회수에 리스크가 커진다.

현 국유재산법에 따른 전대 불가 조항도 걸림돌이다. 통상 백화점·마트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개별 매장 운영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전대가 금지되면 점포 일부를 임대 매장으로 운영하는 대형유통시설의 경우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 국가 귀속보다는 기존 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국유재산법 적용 시 임대기간(최장 10년)이 너무 짧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초기 막대한 시설 투자비용 등이 투입돼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새로 진입하는 유통업체에도 30년 운영을 보장해야한다. 또 전대 금지 조항도 없애야 한다, 전대가 금지되면 사실상 백화점·마트 등을 운영하는 대형유통업체의 참여가 어려워진다.
권강수(왼쪽)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와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각 사 제공
권강수(왼쪽)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와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각 사 제공
◆주변 상권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권: 서울역, 영등포역, 용산역, 청량리역 등은 1일 유동인구가 10만여명에 달하는 환승역이고 대형유통업체가 있어 집객력이 뛰어나다. 주변상권이 침체되는 등의 피해도 있지만 순기능도 분명하다. 대형유통업체가 민자역사에 입점하면 인근거주자의 주거환경 개선효과와 집객력으로 주변 부동산 시세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 민자역사는 해당 상권의 관문이자 랜드마크로서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민자역사의 방문객이 늘고 영업이 잘되면 주변 상권도 함께 활기를 띨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사중단으로 장기간 흉물로 방치되면 주변 상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민자역사가 지닌 문제점은


권: 서울역, 영등포역, 용산역 등 활성화된 곳은 고객들이 민자역사 내에서만 소비를 해 주변 상권이 침체됐다. 또 동인천과 창동 등 흉물로 방치된 곳은 반대 이유로 주변 상권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사업자 선정에 앞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쇼핑몰이 들어서면 당연히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론이 문제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특정 목적지로 가기 위해 거쳐 가는 곳이지 소비가 주목적인 곳이 아니다. 또 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오프라인 쇼핑 매출이 급감하는 현실에서 천편일률적인 쇼핑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경쟁력을 잃었다.
서울 용산역.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용산역. /사진=김창성 기자
◆민자역사 상권 살리려면
권: 민자역사는 보통 유동인구가 몰리는 중심지에 상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이해관계가 맞물려 만들어진다. 하지만 민자역사는 대부분 정부로부터 30년의 점용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만료시점 전에 원상회복한 뒤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연장운영 종료시점에서 국유재산으로 반환된다면 다음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국유재산은 최대 10년까지만 임대가 가능해 대자본 유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제도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이: 설계 단계부터 유동인구의 발을 묶어 둘 ‘앵커 테넌트’(영향력이 큰 매장)를 확보해야 한다. 쇼핑몰·백화점에 국한하지 않고 역사마다 개성 있는 테마를 갖춘 문화공간(K-POP, 게임산업 등)으로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민자역사 조성의 근거로 내세웠던 '규모의 경제'는 득보다 실이 컸다. 민자역사라고 해서 굳이 대규모 프로젝트여야 할 이유는 없다. 사업 규모를 줄여 내실 있는 중소기업(컨소시엄 형태도 가능)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업자 선정도 고가 낙찰 방식을 벗고 사업기획 아이템에 중점을 둔 공모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6호(2019년 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