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날아라 'K-유니콘'] ①미·중은 뛰는데… 갈 길 먼 한국
| 택시업계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청와대를 항의방문한 10일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인근에 주차된 택시에 카풀 도입 반대 문구와 근조 리본이 달려 있다. / 사진=뉴스1 허경 기자 |
비즈니스 혁신의 상징이자 새로운 성장의 기준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유니콘기업 육성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최근 유니콘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는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한 생태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니콘 311개 중 한국은 6개뿐
미국의 시장분석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글로벌 유니콘 수는 총 311개로 이들의 기업가치 합계는 총 1조870억달러(1219조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유니콘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이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51개가 모두 미국기업이다. 이어 중국이 85개로 2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중국이 236개의 유니콘을 보유해 전체의 80% 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3위는 영국(15개)이었고 4위는 인도(14개)였다.
개수 기준으로는 미국이 압도적이지만 기업가치 순위 1위는 중국기업인 ‘터우티아오’가 차지했다. 터우티아오의 기업가치는 무려 750억달러(84조6750억원)에 달했다.
중국의 ‘디디추싱’과 ‘루닷컴’도 각각 기업가치 560억달러(63조2912억원), 380억달러(42조9476억원)로 3위와 5위에 랭크됐다. 기업가치 톱5 중 3곳이 중국기업인 것이다. 2위는 미국 승차공유업체 ‘우버’(기업가치 720억달러)가, 4위는 미국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기업가치 470억달러)가 차지했다.
반면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린 우리나라 기업은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 스타트업연합 ‘옐로모바일’, 배달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뷰티업체 ‘엘앤피코스메틱’, 간편 송금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등 6곳뿐이었다.
우리나라의 유니콘 증가속도는 전세계 흐름에 비해 뒤처진 편이다. 글로벌 유니콘 수는 2014년 45개에서 올해 1월 311개로 빠르게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1개에서 6개로 5개 기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 팀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우 거대한 시장규모와 소비력을 보유해 유니콘 육성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장규모를 배제하더라도 우리나라 유니콘 수가 너무 적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풀고 투자환경 조성해야”
우리나라 유니콘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주된 원인은 규제다. ▲사업 아이디어 실현을 막는 법·제도 환경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기 어려운 환경 ▲대기업의 벤처 투자를 막는 대기업정책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
이를테면 유니콘 순위 상위권에 랭크된 기업들이 영위하는 공유경제의 경우 외국은 일찍이 관련 규제를 풀고 사업을 추진해 유니콘 육성 기반을 마련했지만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우버, 디디추싱, 위워크 등 기업가치 2~4위에 랭크된 기업들이 모두 차량공유, 오피스공유 등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유경제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차량공유(카풀)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반대진영에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근거로 정해진 출퇴근 시간 이외의 카풀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맞선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서비스 역시 최근까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해 사업이 어려웠다. 여기에 더해 택시·숙박업계의 반발도 사업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유니콘을 육성하기 위한 필수요소인 투자금 유치도 쉽지 않다. 정부가 최근 관련예산을 마련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대기업의 투자 없이는 한계가 있어서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제1차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유니콘기업 육성 계획을 밝혔다 / 사진=뉴시스 김병문 기자 |
유정주 팀장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려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여력이 있는 것은 대기업”이라며 “투자를 하려고 해도 제도적으로 지주회사의 벤처 캐피탈 소유를 금지하는 등 제약이 많은 데다 사회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아 대기업들이 국내 스타트업이 아닌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과감하게 규제부터 풀고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니콘 육성 정책도 좋지만 벤처투자 활성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유기적인 연계,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유니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77호·5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