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화문 D타워. /사진=대림산업 |
그는 “절대 경쟁력을 갖추자”는 짧은 취임 일성으로 회사 발전의 선봉에 서겠다고 임직원 앞에 다짐했지만 현재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5년간 1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며 비상경영에 들어간 플랜트사업을 정상화시켜 매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갑질 오너라는 이미지를 벗고 얼만큼 현장과 소통하는 경영인으로 거듭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위기 속 구원투수… 디벨로퍼 집중
이 회장은 입사 초반부터 착실한 경영수업을 받으며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회사를 살렸다. 이 회장은 입사 3년만인 1998년 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대림산업 구조조정실에서 성장이 정체된 석유화학부문 구조조정을 맡았다.
이 회장은 해외 메이저 석유화학회사와의 전략적 제휴와 빅딜을 성사시키며 회사의 체질개선과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물론 그룹 전체의 재무위기를 넘기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건설사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신평면 개발 및 사업방식 개선,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전 분야에 걸친 원가혁신을 도모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주택공급 실적을 달성했다.
이 회장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대림산업은 10년 동안 연구개발을 거쳐 2010년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고반응성 폴리부텐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에서 선정한 ‘광복 70주년 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에 포함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더불어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그해 국내 최초로 석유화학 본고장인 미국에 석유화학 제조기술을 수출했다.
특히 이 회장은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디벨로퍼에 집중한다. 그는 건설업을 바탕으로 석유화학과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디벨로퍼 도약을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광화문 랜드마크로 떠오른 D타워의 성공적 개발에 이어 성수동 서울숲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와 세계 최장 현수교로 건설 중인 터키 차나칼레 대교를 디벨로퍼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석유화학사업 분야에서도 태국 PTT 글로벌 케미칼과 함께 미국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디벨로퍼 방식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투자도 검토 중이다.
에너지 분야의 디벨로퍼사업은 포천의 LNG복합화력발전소를 포함해 호주, 칠레, 요르단 등 7개 국가에서 진행 중이다.
|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왼쪽)와 실적 추이. /사진=대림산업 |
“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룬 대림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절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이 회장은 최근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취임 각오를 밝혔다. 이 회장의 다짐은 짧고 명확했지만 대림산업이 처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계속되는 플랜트사업의 부진이다.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는 비상경영체제다.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는 2013~2017년까지 5년간 1조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매출 불균형을 이뤘다.
e편한세상 송도, 아크로 리버하임 등 주택사업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아파트가 지난해 4분기에 완공돼 이에 따른 준공이익이 발생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올해 매출이 지난해(12조3355억원) 대비 1조6000억원가량 줄지만 영업이익(5459억원)은 전년 대비 약 3400억원 증가해 선방이 전망되는 만큼 부진한 플랜트사업은 오점이다.
대림산업 경영진은 지난해 말 플랜트사업부문이 사실상 도산사태라 선언하고 경영악화 책임을 물어 임헌재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장을 포함한 본부 임원 15명 전원의 사직서를 받았다. 임원들은 회사에 남더라도 임금 30%를 반납하기로 했으며 직원도 3년간 임금이 동결된다.
경영정상화까지 승진 중단과 보직수당 제도가 폐지되며 경비를 줄이기 위해 사무실도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또 조직도 축소·통합되고 사업수행과 관리기능 중심으로 재편돼 사실상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플랜트사업의 적자가 지속 중인 상황에서 이 회장의 위기극복 로드맵은 뭘까.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지만 각 사업 부문장 등 담당자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회장으로 승진했을 뿐 업무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설명했다.
‘갑질 오너’ 라는 불명예도 이 회장에겐 부담이다. 이 회장은 2014~2015년 운전기사 2명을 상대로 수차례 폭행·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15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청와대의 기업인 초청 간담회에 이 회장이 초대 받지 못한 게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확대 해석일 수 있지만 이 회장이 여러 모로 체면을 구긴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해 그룹 내 계열거래를 단절해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을 해소하고 지배구조 개선으로 ‘윤리경영’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의 다짐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에 반하는 ‘갑질 오너’ 꼬리표를 떼는 일은 필수 과제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77호·5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