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고용부진과 소비침체가 나타났다. 소비와 더불어 한국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수출에서 주요 품목이 동시에 위축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019년 경제전망’에서 올 상반기 상품수지(수출입) 흑자액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100억달러 감소한 455억달러로 예상했다.
장기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전체 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4.8%에서 지난해 26.8%로 더 커졌다. 대중국 수출은 3개월 연속 줄어든 가운데 지난달에는 전년동기 대비 19.1% 감소해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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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뉴스는 과거 한국의 수출 품목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던 제약·바이오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점이다. 새해가 되자마자 대형 신약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졌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7일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7억85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비알콜성지방간질환 치료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기술수출의 서막을 장식했다. 이어 GC녹십자는 지난달 8일 중국 캔브리지에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기술수출 규모는 지난해 총 47억7925만달러(약 5조3000억원)로 2017년 1조3955억원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제약사들은 글로벌 기술수출에서 들어오는 자금으로 연구개발 투자 여력을 높이면서 연구개발리스크와 시장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글로벌기업들이 가진 현지 인허가와 임상개발 경험 및 글로벌마케팅 역량의 전략적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 최초의 기술수출은 1987년 한미약품이 항생제 ‘세프트리악손’ 개량제법에 관한 기술을 스위스 로슈사에 수출한 것이었다. 그 뒤 지금까지 신약후보물질 및 관련기술 300여건을 글로벌 기술수출(라이선싱-아웃)했다. 지난해는 1월에 동아ST가 당뇨치료제 기술을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에 1억8000만달러 수출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포문을 연 이후 총 11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주요 제약사들은 신약개발과 수출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다. 유한양행의 파이프라인은 혁신신약 27개와 개량신약 6개를 보유했으며 총 연구개발 투자규모는 지난해 매출 1조5300억원의 6.9%인 1064억원이었다. 올해는 매출 목표인 1조6400억원의 10.1%인 1657억원으로 더욱 크게 늘릴 예정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10% 넘어서기는 사상 최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신약개발 관련 단체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약업계의 노력으로 글로벌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이 지속 증가했다”며 “신약개발 활성화와 글로벌 기술수출 증가를 돕는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제1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2013-2017년)에 이어 제2차 종합계획(2018-2022년)이 국정과제로 채택돼 ‘세계 7대 제약강국 도약 비전’ 달성을 위한 5대 목표, 13대 추진전략, 41개 과제가 도출됐다.
올해부터는 신약개발에 큰 부담이었던 해외 임상 3상 세액 공제를 확대해 국내 제약사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환경이 마련된다. 또한 4차 산업혁명기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연구개발(R&D)과 생산 등에 투입할 수 있는 바이오 전문인력을 교육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신약기술수출 이외의 의약품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의약품수출 실적은 2017년에 40억7126만달러(약 4조60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30.5% 늘었다. 2013년 21억2837만달러 실적 대비로는 4년 만에 2배 규모로 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해 국내 병원에서 처방하고 있는 통증치료 신약 ‘아셀렉스’ 수출(1억574만달러) 계약을 러시아 제약기업 팜아티스 인터내셔널과 체결했다. 아셀렉스는 국내 22호 신약이면서 바이오벤처 1호 신약으로서 의의가 더욱 크다.
또한 지난해 삼천당제약은 녹내장 치료제 4개 품목을 독일의 옴니비전과 수출(1400억원) 계약했으며 휴온스는 1%리도카인주사제 5㎖ 앰플을 미국의 스펙트라메디컬과 수출(839억원) 계약, 유한양행은 에이즈치료제 원료의약품을 미국의 길리어드와 수출(482억원) 계약, 코오롱생명과학은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를 홍콩·마카오의 중기1호 국제의료그룹과 수출(170억원) 계약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아보메드에 항암제를 공급하기로 계약하면서 미국 항암제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신약은 개발하는 비용이 5~15년간 수천억~1조원이 소요되는 데 반해 개량신약은 최소 3년간 20억원 정도로 개발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40여개국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중견 제약사로서 개량신약의 강자로 알려졌다.
무역수지가 안 좋아질 때에도 바이오 의약품 수출은 흑자폭을 늘려왔다.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2017년 기준 일본(12.2%), 미국(9.5%), 중국(8.8%), 독일(5.4%), 헝가리(5.2%), 아일랜드(4.5%), 베트남(4.4%), 크로아티아(4.2%), 네덜란드(4.1%), 터키(4.0%) 등 수출국이 다변화되면서 안정적으로 수출시장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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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임상시험 산업 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는 2017년에 1조1350억달러이며 2022년에는 1조4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가장 큰 제약시장은 미국으로 2017년에 4660억달러 규모로 글로벌시장의 절반을 점유했다. 2022년에는 5850억~6150억달러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각국의 제약시장은 1500억달러 규모고 일본은 840억달러 수준이다.
성장성 면에서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터키, 중동 국가의 제약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7년에 이들 국가의 시장은 2700억달러 규모였는데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보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의약품 수요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성장하는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한국은 점유율을 넓히고 수출액을 늘리면서 기존 산업의 성장성이 둔화되는 것을 다소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와 현지화 전략 구체화를 위해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제약사들도 있다. 삼양바이오팜, GC녹십자, 카이노스메드, 유한양행 등은 해외 바이오기업 투자, 신약 후보물질 및 원천기술 발굴, 라이선스 인·아웃, 신약허가절차 업무, 또는 글로벌 임상 추진 등을 위해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에 생산시설도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델라웨어의 셀트리온USA법인을 통해 합성·의약품을 판매·유통하는 셀트리온은 중국에 타슬리제약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를 비롯해 한국의 주요 산업들은 과거에 국가적 지원과 기업들의 시설투자, R&D, 해외시장 개척 등 부단한 노력에 의해 성장했다. 미래에는 제약·바이오산업이 국가적 R&D 지원에 힘입어 한국의 성장을 이끄는 산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019년 현재 한국의 제약산업 규모는 전세계 1400조원 시장의 2%가 채 안된다. 그러나 유망 신약기술개발이 촉진되면 기술 및 의약품 수출이 늘어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제약사 위상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