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간판의 의미가 달라진다. 대로변이든 외진 곳이든 혹여나 손님이 무심코 지나칠까봐 형형색색 멋을 내며 음식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던 대형 간판이 사라진다. 그 자리엔 대신 작고 단출하면서 개성있는 간판이 내걸린다. 아예 과감하게 간판을 없애버린 식당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형식적인 간판을 없애고 오로지 맛으로 승부하는 ‘간판없는 식당’들은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트렌디한 서울의 골목 안쪽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간판 없는 레스토랑의 문을 두드려보자.
◆간판없는가게
| 간판없는가게. /사진=임한별 기자 |
더욱이 최근 음식점을 찾아가는 과정까지 외식의 일부가 되면서 간판 없는 가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몰래 감춰진 비밀스러운 공간의 문을 열면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식당에서 접하는 색다른 경험이 ‘남과 다름’, ‘나만 아는 무언가’를 추구하는 비심리와 꼭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익선동 한옥 마을에 위치한 어느 한옥집 앞에는 오픈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아무런 간판도 없이 붉은 벽돌 사이에 술병과 조리 도구가 걸려있는 조금 수상한 나무 선반이 이곳의 입구. 상호도 콘셉트에 충실한 ‘간판없는가게’다. 광고, 디자인, 요리, 기획을 업으로 삼는 공동대표가 영하는 이곳은 핫 플레이스인 익선동에서도 소문난 맛집이다. 이탈리안 퀴진 베이스의 퓨전 요리 음식점으로 파스타, 피자와 함께 와인 한잔을 곁들이기 좋다.
간판을 없앤 이유는 ‘음식이 맛있다면 결국에는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 온다’는 믿음에서다. 음식의 본질인 ‘맛’에 더욱 집중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콘셉트와 본질에 충실한 결과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SNS 사용이 활발한 20~30대 젊은층이 주고객이다 보니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고.
메뉴판은 음식, 음료, 와인으로 각각 나뉜 3페이지가 전부다. 정감 있게 직접 눌러 쓴 메뉴는 청테이프로 벽에 무심한 듯 걸어 은근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표메뉴인 ‘명란스파게티’는 주재료인 명란을 파스타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낌없이 넣었다.
기존의 명란파스타는 크림베이스가 대부분이지만 오일을 베이스로 해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통 마늘과 마늘쫑을 함께 볶아 명란의 다소 비릿한 맛을 보완했다. 잘게 썬 쪽파를 듬뿍 올려 마무리한 비주얼은 한식화한 파스타의 모범사례다.
‘또르띠야’(Tortilla)처럼 얇고 바삭하게 구워 낸 도우가 특징인 ‘시금치 피자’는 피자 위에 눈송이처럼 치즈가 쌓여있어 어떤 속재료를 품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토마토소스 베이스에 신선한 시금치와 반숙 달걀을 올려 상큼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직접 담근 바질페스토에 절인 방울토마토, 고추피클, 아삭한 식감의 동치미 피클이 함께 제공돼 입맛을 돋워준다.
음식과 곁들이기 좋은 모히또, 파울라너 생맥주, 코나 브루잉의 병맥주, 취향 별로 압축된 와인 리스트를 갖춰 음식과 페어링 하도록 했다. 간판은 없지만 방문한 이들이 맛과 분위기로 기억하는 곳, 그 특별한 공간의 비밀스런 문을 열고자 한다면 조금은 서두르는 편이 좋겠다.
메뉴 명란스파게티 1만6000원, 시금치피자 2만1000원
영업시간 (점심)11:30~15:00 (저녁)17:00~21:30
◆녁
| 녁. /사진제공=다이어리알 |
버섯라구 살시치아 뇨끼 2만8000원, 우니 올리브페스토 3만원 / (매일)11:00~22:00 (일)11:00~21:00
◆장프리고
| 장프리고. /사진제공=다이어리알 |
시그니처칵테일 1만2000원부터, 감바스 1만5000원 / (매일)12:00~02:00 (금, 토)12:00~03:00 (일 휴무)
◆명성관
| 명성관. /사진제공=다이어리알 |
마파두부 1만8000원, 마라샹궈 3만1000원/ (평일,일)18:00~02:00 (토) 18:00~04:00 (월 휴무)
☞ 본 기사는 <머니S> 제582호(2019년 3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