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임된 생명보험사 대표이사 중 자사 출신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명보험사 전체로 범위를 넓혀 봐도 자사 출신 CEO는 손에 꼽을 정도다.
외부 출신을 선호하는 배경으로는 능력 중심 인사가 주 이유지만 계열사 간 이해관계에 따른 영향도 있어 전문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열심히 노력해 성과를 내고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해도 사장을 달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씁쓸함이 남는다.
◆신임 CEO 4명 전원 외부출신
국내 생보사 중 올해 신임 CEO를 맞이한 생보사는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농협생명, DGB생명 등 4곳이다.
신한생명 사장에는 성대규 전 보험개발원장이 내정됐다. 현직 개발원장이 사기업 CEO로 선임됐다는 점에서 업계도 놀란 눈치였다. 성 사장은 행정고시 33기로 금융위원회 은행과장·보험과장을 거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관료 출신이다. 성 사장에 앞서 내정됐던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도 외부 출신이어서 내부 출신은 배제된 모습이었다.
홍재은 농협생명 사장은 농협은행 출신이다. 대부분 금융지주사가 은행 출신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농협생명도 예외는 아니다. 농협생명은 2012년 출범 후 사장을 맡은 모든 CEO가 은행 출신이었다.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신임 사장은 2016년 미래에셋생명 법인총괄 사장을 지낸 경험이 있지만 경력 대부분은 증권에서 보내 '증권통'으로 분류된다. 그는 동부증권(현 DB투자증권) 출신으로 2000년부터 미래에셋에 몸을 담고 있다.
민기식 DGB생명 사장은 롯데손보 전신인 대한화재에 입사했으며 푸르덴셜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까지 지낸 외부 출신이다.
다른 생보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은 2001년 삼성생명에 몸을 담은 경험이 있지만 2005년 삼성SDI를 비롯해 삼성카드, 삼성화재에서 근무했고 지난해 삼성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창수 전 사장도 삼성물산, 에스원, 삼성화재 등에서 근무하다 2014년 삼성생명 대표로 자리를 이동해 자사 출신으로 보기 어렵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사장은 AIG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외국계 출신이고 조병익 흥국생명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전무까지 지냈다. 정재욱 KDB생명은 학계 출신이며 은행계 생보사인 KB생명(사장 허정수), 하나생명(사장 주재중), IBK연금보험(사장 장주성)은 모두 계열 은행 출신이 CEO를 맡고 있다.
손보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2005년부터 인사팀 상무를 시작으로 전략영업본부장, 자동차보험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친 후 대표이사에 올라 관계사인 삼성생명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공동대표인 현대해상의 경우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이 1986년부터, 박찬종 사장은 2003년부터 근무하며 여러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김정남 DB손보 사장 역시 지점장부터 부사장까지 경험해 보험업에 잔뼈가 굵다. 업계 1~3위 손보사가 모두 자사 출신인 셈이다.
국내 생보사 CEO 중 내부 출시인 곳은 오너회사인 교보생명, 한화그룹이 2002년 인수한 한화생명과 DB생명 3곳뿐이다.
◆씁쓸한 직원들… 전문성 논란도 제기
직원들 입장에서는 씁쓸함이 남는다. 현실적으로 임원을 달 수 있지만 '별 중의 별'인 사장을 다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잘 풀릴 경우 다른 회사 CEO로 갈 수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나마 대형사 출신이라는 간판이 받쳐주지 않으면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외부 출신 CEO에 대한 평도 엇갈린다. 전문성이 보증된 인사라면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지만 반대일 경우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비금융 출신이거나 은행 출신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 생보사는 그룹 시너지 차원에서의 순환 인사를 단행하지만 보험업 특성상 전문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험은 대표적인 장기상품으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고 회계기준(IFRS17) 및 감독기준(K-ICS) 변경에 대한 대응도 만만찮은 과제다. 계약 체결심사(언더라이팅)와 보험금 지급 심사는 보험업의 핵심이다. 푸시(Push) 영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을 마련했으며 금융-비금융 방화벽(firewall) 강화를 위해 ▲금융-비금융간 임원 겸직을 제한하고 ▲비금융사에서 금융사로 이동하거나 선임할 경우 일정 기간 후 인사를 단행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감독 대상에 포함된 삼성생명의 경우 이런 내용의 해당 여부가 관건이다.
반면 DB그룹은 DB화재와 DB생명 모두 자사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양사는 주요 임원도 외부 출신인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금융업 출신이고 비금융 계열사에서 이동한 경우가 거의 없어 인사에서도 금산분리 원칙이 지켜지는 모습이다.
DB그룹 한 관계자는 "내부 인사에서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 간 혼재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며 "금융업 특성상 전문성이 중시되는 만큼 인사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의 경우 은행 출신이 확연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생명, KDB생명을 제외한 5곳(KB·하나·DGB·농협·IBK연금) 및 손보사인 KB손보 모두 은행 출신이 장악했다.
은행계 생보사 한 관계자는 “그룹에서 은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만큼 보험사를 포함한 계열사 인사에서 은행 출신이 강세를 보인다”며 “취임 초기 보험업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현실이지만 각 부서장의 전문성이 충분하고 소통, 업무보고 등으로 공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2호(2019년 3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