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발 삭풍으로 시퍼렇게 언 국내 증권시장에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역사책에 기록될 경제위기 수준의 지수 폭락과 진흙탕같이 암울한 전망이 지배하던 시장에서 지수가 빨갛게 고개를 들었다. 다만 이 봄바람을 체감할 업종은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옥석가리기에 들어간 국내증시에서 주목할 업종은 뭐가 있을까.
| 삼성전자 서초 사옥 딜라이트샵.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
◆증시 봄바람의 정체는 ‘삼성전자’
지난해 10월 코스피 지수는 기록적인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달간 코스피 지수는 13.37%, 코스닥 지수는 21.11% 폭락했다. 특히 코스피 지수는 1% 넘게 급락한 것만 8거래일에 달했다. 가장 낙폭이 컸던 날은 12일로 무려 4.44%가 급락했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65조원이 증발해 사상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증권가를 비롯한 연구소 등은 일제히 경제성장 전망을 내려잡았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불어온 글로벌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지난해 중순부터 가시화돼 4분기부터는 국내증시에 본격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우려와 달리 국내증시에는 연초부터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연간 하락폭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코스피 지수는 지난 2개월(2월25일 기준)간 약 9.4% 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본다면 2017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장이 열린 셈이다.
지수만 놓고 보면 장밋빛 전망으로 읽히기 쉽지만 이를 체감할 투자자는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지수의 상승은 외국인 자금이 몰린 덕분이다. 정확히는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샀기 때문이다. 갑자기 국내증시에 불어온 봄바람은 삼성전자 주주에게만 한정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연초 대비 20% 넘게 올랐다. 반면에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는 성과가 부진해 올해 9주 중 무려 7주의 주간 수익률이 저조했다. 타사 주주와 삼성전자 주주 중에서도 이익 추정치 하향을 감안해 비중을 늘리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상승장이 ‘남의 일’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할까. 전문가들은 다른 유망업종에 주목하는 편을 권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최근 10배를 상회한 주가수익비율(PER) 승수를 감안할 경우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늘리는 게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다행히 국내증시에 매서운 삭풍을 부른 글로벌 업황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증시를 짓눌렀던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협상에 대한 ‘기대’로 바뀐 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무역협상 기한을 연장했고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세계 증시는 위험자산 선호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협상 테이블을 워싱턴으로 옮겼고 소기성과 달성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망했다.
◆봄바람 편승할 업종 어디?
이달 주목해야 할 증시 이슈로는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대북주 흐름 ▲미중 무역협상 및 양회 ▲3월 FOMC ▲1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시장의 시각변화 등이다.
케이프증권은 시장에 큰폭의 조정을 일으킬 이벤트는 없고 1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국내 펀더멘탈에 대한 비관론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조정이 발생하면 매수 대응에 나서는 전략을 추천했다.
윤영교 케이프증권 애널리시트는 “현재 설정돼 있는 1분기 및 연간 이익 전망치가 과도하게 낮다”며 “이달 중 완만하게 상향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익 전망치는 일정한 시점의 수준보다 시간 흐름에 따른 방향성이 중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1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시각 변화는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천업종으로는 증시 이슈에 영향을 받을 철강, 호텔/레저, 에너지, 건설, 반도체 등을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순이익 전망치에 주목해야한다고 봤다. 최근 4주 순이익 변화율은 여전히 하락세로 나타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보면 낙폭이 다소 줄어든다. 이는 순이익 전망치가 늘어나는 업종도 분명 존재한다는 뜻이다.
투자유망업종으로 의류, 건강관리, 증권, 미디어/교육 등으로 추천했다. 전술한 업종에선 매출 증가 이슈나 정책 및 제도 변화 등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내용은 이익 추정치 상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재료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익모멘텀이 양호한 업종들을 살펴보기 위해서 최근 2주간 순이익 변화율을 계산했다”며 “추가로 각 업종의 지난주와 지지난주 순이익 변화율 합에서 코스피의 순이익 변화율 합을 뺀 수치를 통해 이익모멘텀을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유틸리티와 소비재 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피200 기업에 대한 애널리스트 이익전망은 1월 말 175조원에서 지난달 19일 167조원까지 하락했으나 25일 기준 169조원으로 소폭 반등하며 하락세를 벗어났다. 업종별로는 유틸리티(6.08%)와 경기관련소비재(2.64%), 필수소비재(2.32%) 업종의 실적전망이 개선됐다.
최길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월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인 것은 중형 성장주(6.19%)다. 외국인 수급 집중에 따른 코스닥 상승이 반영된 결과”라며 “반면 그 동안 시장의 상승을 견인했던 가치주는 하락세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2호(2019년 3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