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걸린 대형 태극기. /사진=한국관광공사 |
익숙하게 스쳐 지나던 빛바랜 건물이 3월에는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서울은 항일 민족운동의 중심지였다. 도심의 근대사를 알현하는 템포는 ‘안단테’가 어울린다. 천천히 골목을 거닐고 역사의 현장을 되새기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마음가짐이 소중하다.
◆서울역사박물관
| 서울역사박물관의 전차. /사진=한국관광공사 |
일제강점기에 서울 인구는 20%가 일본인이었다고 전해진다. 야외전시장에도 시대의 흐름이 이어진다. 1930년대 서울 시내를 운행한 전차 381호(등록문화재 467호)가 복원됐으며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부재가 과거를 곱씹게 만든다.
| 서대문역사박물관의 근대사 전시공간. /사진=한국관광공사 |
◆경희궁·경교장
| 경희궁. /사진=한국관광공사 |
경성중학교가 들어서면서 궁궐이 대부분 헐렸다. 흥화문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추모하는 박문사로 옮겨지기도 했다. 전각과 문이 190여개에 이를 정도로 ‘빛나던’ 궁궐은 지금 숭전전, 자정전 등이 복원된 채 아련하게 남았다.
| 경교장. /사진=한국관광공사 |
경교장은 이후 중화민국 대사관저, 월남대사관, 병원을 거쳐 사적으로 지정되는 풍운의 세월을 겪었다. 내부에는 <백범일지> 초간본, 서거 당시 피 묻은 옷, 밀서 등이 전시된다. 경교장 건너편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일본식 주택, 도시형 한옥, 슬래브 집이 있던 새문안동네에 예술을 덧씌워 도시 재생 방식으로 재구성한 곳이다. 개조한 집과 식당 건물은 박물관, 미술관 같은 전시 공간과 카페 등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겨울에는 ‘자연을 사랑한 건축가’ 훈데르트바서의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레스토랑과 한정식집을 개조한 돈의문전시관에는 1960년대 과외방 등 옛 새문안동네 일대의 과거와 동네 사람들 얘기가 담겼다.
◆서대문형무소·딜쿠샤
| 고종의길. /사진=한국관광공사 |
정동극장 뒤 막다른 골목에는 덕수궁의 별채이자 황실 도서관으로 지은 중명전이 있다. 중명전은 궁궐 내에 남은 최초의 근대 건축물로,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역사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1890년대 말 준공된 정동제일교회는 붉은 벽돌로 지은 외관이 도드라진다. 이 교회 이필주 목사 등은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으로 참가했다.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사진=한국관광공사 |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열었으며, 독립투사를 가두고 고문한 현장이 고스란히 남았다. 옥사 외벽에 걸린 대형 태극기가 이곳이 단순히 옛 형무소가 아니라 뜻깊은 역사의 현장임을 강변한다. 지하옥사, 사형장, 망루 등이 보존됐다.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당시 시국 사범이 수감된 감옥도 전시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옥사 밖으로는 탑골공원에서 옮겨 온 3·1독립선언기념탑과 서재필 선생 동상, 독립문 등이 시대의 봄 산책을 돕는다.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사직터널 윗길로 향하면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딜쿠샤의 실제 건물과 만난다. 딜쿠샤는 산크리스트어로 ‘행복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이다. 3·1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 부부가 살던 집으로 지하1층, 지상2층 벽돌 건물이다.
| 딜쿠샤. /사진=한국관광공사 |
근대사 도심 투어는 딜쿠샤에서 서촌, 통인동으로 걸으며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일제강점기에 생채기 난 서울성곽을 한양도성 인왕산구간 초입에서 다시 만나는 것도 반갑다. 통인동에는 일제강점기 천재 시인 이상의 자취가 담긴 집이 지난해 말 재개관했다. 이상의집은 시인이 1911년부터 20여 년간 거처한 집터 일부에 마련됐다. 이상의집은 마을 주민과 시민을 위해 열린 공간으로 운영한다. 일제강점기를 되새기는 도심 투어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어 의미 깊은 봄나들이 코스로 좋다.
입장료는 서울역사박물관, 경희궁, 경교장, 돈의문전시관, 중명전은 무료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매주 월요일엔 쉰다.
☞당일 여행코스
서울역사박물관→경희궁→경교장→정동길→서대문독립공원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서울역사박물관→경희궁→경교장→돈의문박물관마을→정동길
둘째날: 서대문독립공원→영천시장→딜쿠샤→이상의집→서촌
☞주변 볼거리: 월암근린공원, 기상청 송월동 별관, 홍난파 가옥, 영천시장, 안산자락길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