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괴산의 홍범식 선생 고택. /사진=한국관광공사 |
아버지의 유훈을 받은 홍명희는 고향 괴산에서 3·1운동을 주도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해 끝내 변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나는 홍범식의 아들이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3월, 충북 괴산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홍범식과 홍명희가 태어난 홍범식 고가에 가보자.
일제는 1905년 을사늑약을 맺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1910년 한일병합조약으로 국권을 빼앗는다. 청천벽력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대사헌 송병선, 시종무관 민영환, 외교관 이한응, 러시아 공사 이범진, 금산군수 홍범식, 재야의 선비 황현 등 여러 대신과 선비들은 죽음으로 항거했다. 이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백성의 독립 의식을 깨우쳐 항일운동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 제월대 주차장에 자리한 홍명희 문학비. /사진=한국관광공사 |
홍명희는 아버지의 유서를 액자에 넣어 책상 앞에 걸어놓고 아침저녁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어쩌면 이 유서는 모든 조선 사람에게 남긴 것인지도 모른다. 뒷날 홍명희는 자식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임꺽정>을 쓴 작가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홍범식의 아들이다.”
괴산 읍내는 유유히 흐르는 동진천을 중심으로 관공서와 상가, 집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작은 야산에 자리한 괴산보훈공원 옆에 홍범식 고가가 있다. 뒤로 장군봉이 우뚝하고, 앞으로 동진천이 흐른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이 보더라도 아늑한 느낌이 드는 명당이다.
| 홍범식 고택의 사랑채. /사진=한국관광공사 |
홍범식 고가로 들어서면 사랑채를 만난다. 홍범식의 큰아들 홍명희는 사랑채 가장 왼쪽 방에서 3·1운동을 준비했다고 전한다. 그의 주도 아래 1919년 3월 19일, 괴산산막이시장 거리에서 3·1운동이 일어나 1500여 명이 목 놓아 만세를 외쳤다. 이 일로 홍명희는 투옥되고, 본격적으로 독립운동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사랑채에서 중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안채가 나온다. 안채는 정면 5칸에 측면 6칸의 ‘ㄷ’자형으로, 일자형 광채를 맞물리게 해 전체적으로 ‘ㅁ’자형 구조다. 이는 조선 후기 중부지방 양반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안채에서 나오면 길은 장독으로 이어진다. 제법 큰 장독대와 광채가 양반가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 만세운동이 일어난 괴산시장 거리. /사진=한국관광공사 |
충혼탑 뒤로 난 오솔길을 따르면 울창한 솔숲이 이어진다. 작은 봉우리에서 괴산 읍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동진천이 어우러진 소박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봉우리에서 내려오면 수진교를 건넌다. 천변 느티나무 아래 만세운동유적비가 쓸쓸하게 섰다. 유적비 앞부터 괴산산막이시장 거리가 이어지는데, 여기서 들불처럼 3·1운동이 일어났다. 충북에서 처음 일어난 3·1운동이고, 이후 충북 전역으로 퍼졌다.
| 괴산호에 놓인 연하엽 구름다리. /사진=한국관광공사 |
경성(서울)에서 활동하던 홍명희는 1918년 증조모가 별세하자 괴산으로 돌아온다. 3·1운동 이후 가세가 기울어 가택을 처분하고 제월리로 이주한다. 암담한 제월리 시절, 제월대가 그의 마음을 달래준다. 제월대에는 조선 선조 때 충청관찰사 유근이 지은 고산정이 있다. 고산정에 오르니 달천이 유장하게 흐르고, 풍요로운 들판이 펼쳐진다. 홍명희는 고산정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제월대 아래 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웠다고 한다.
잠시 제월리에서 심신을 추스른 홍명희는 다시 경성으로 올라가 동아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 시대일보 사장, 정주 오산학교장, 신간회 발족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인다. 그리고 1928년 11월21일 조선일보에 <임꺽정> 연재를 시작한다. 이 소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옥중에서도 집필했지만 1937년 일제의 중일전쟁 도발 이후 전시 총동원 체제가 깊어짐에 따라 연재는 1939년 7월 영원히 중단됐다.
| 김시민 장군을 모신 충민사. /사진=한국관광공사 |
충민사와 가까운 성불산자연휴양림이 있다. 휴양림은 성불산산림휴양단지에 자리한다. 휴양단지에는 휴양림, 생태공원, 미선향테마파크, 생태숲학습관 등이 조성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특히 봄에 미선향테마파크의 미선나무 군락지에 꽃이 만발하면 장관을 이룬다.
괴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연하협구름다리다. 구름다리는 괴산댐 안에 형성된 괴산호를 가로지른다. 다리 중간에 서면 흔들흔들 스릴이 넘치고 괴산호 절경은 압권이다. 구름다리는 괴산의 명품 걷기여행길인 산막이옛길과 충청도양반길을 이어준다. 어느 길을 택하든 괴산호의 절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당일 여행코스
괴산 홍범식 고가→괴산보훈공원→만세운동유적비→고산정과 제월대→충민사→연하협구름다리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괴산 홍범식 고가→괴산보훈공원→만세운동유적비→고산정과 제월대→충민사→성불산자연휴양림
둘째날: 연하협구름다리→산막이옛길(혹은 충청도양반길) 걷기
☞대중교통
버스: 서울-괴산,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7회 운행, 약 2시간 소요. 괴산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서 괴산 홍범식 고가까지 도보 10분
☞주변 볼거리
산막이옛길, 충청도양반길, 화양계곡, 쌍곡계곡 등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