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자회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옛 하나자산운용) 신임 사장에 김희석 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국민연금에서만 10여년을 근무한 뒤 한화생명, 농협생명에서 자산운용본부장을 역임했다. 투자전문가로 꼽히지만 생명보험사 근무 시절 실적이 부진했다.


하나금융지주는 김 내정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혀 새로운 둥지에서의 성과는 지켜볼 대목이다.


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 /사진제공=하나은행
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 /사진제공=하나은행
◆임종룡 시절 농협에 새 둥지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말 자회사 및 관계회사 CEO 후보를 추천하고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신임 사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 법학과 및 법학대학원을 나와 1989년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허드슨코리아, 서버러스코리아를 거쳐 2004년 국민연금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국민연금에서 대체투자실장, 해외투자실장,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에는 한화생명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이동했고 2014년부터는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생명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았다. 김 내정자는 농협생명 임기 만료와 함께 하나금융그룹에서 새로 둥지를 틀 예정이다.


그는 2014년 말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생명 CIO로 선임됐는데 당시는 임종룡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이다. 임 전 회장은 농협금융이 보수적 자산운용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공격적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 내정자를 적임자로 낙점했다.

임 전 회장은 자산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와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그러다 임 전 회장이 임기 만료 전인 2015년 3월 금융위원장에 선임되면서 김 내정자의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김희석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내정자. /사진=하나금융지주
김희석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내정자. /사진=하나금융지주
◆저조한 성과에 물음표
화려한 이력이지만 성과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무엇보다 최근 4년간 근무한 농협에서의 성적표는 좋은 점수를 주기에 무리가 있다는 평이다.

농협생명의 운용자산 규모는 65조원으로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계열사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협은행도 예대마진에 해당하는 대출을 제외한 유가증권 투자액은 40조원 수준인 만큼 김 내정자의 운용 핵심도 농협생명에 쏠려 있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생명 CIO를 겸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 내정자가 농협생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해외투자와 대출이다. 2014년 말 대비 지난해 9월 말 총 자산은 24.8%(12조8045억원) 늘었는데 이 중 외화 유가증권은 1667.9%(12조1710억원), 대출은 81.8%(4조3781억원) 각각 급증했다. 해외투자 비중은 1.4%에서 20.0%로, 대출은 10.4%에서 15.1%로 각각 높아졌다.

반대로 핵심 투자처인 채권은 2.0%(6283억원), 수익증권은 36.2%(3조8951억원) 각각 감소해 포트폴리오 방향이 명확히 드러났다.

문제는 투자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2.9%의 운용자산이익률를 기록해 3%대 벽이 무너졌다. 이보다 이익률이 낮은 생보사는 24곳 중 하나·동양·라이나생명 3곳뿐이다. 해외투자와 대출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핵심 자산인 유가증권의 경우 2.76%에 그쳐 삼성생명(4.33%), 한화생명(3.72%), 오렌지라이프(3.51%), 흥국생명(3.05%) 등 경쟁사에 뒤쳐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생보사 재임 실적 성과가 그리 좋지 못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국민연금 출신인 만큼 네트워크가 상당히 좋은 편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 김희석 사장 내정 배경은

◆지난해 주식투자로 1000억 손실까지

농협생명은 지난해 11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자산운용 부문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3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대부분 생보사가 환차손을 입었으며 해외투자에 적극 나선 농협생명의 타격은 더 컸다.

이에 더해 주식투자 부문에서 1000억원가량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악재에 악재를 더 끼얹졌다. 이런 이유로 농협생명 내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당시 CIO였던 김 내정자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수익률 제고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계기준과 감독기준 변경 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CIO의 중요성은 더 부각된다. 운용 실책으로 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입히거나 재무건전성 악화를 초래한 경우 대표이사가 중도 퇴임하거나 연임에 실패한 사례도 나온다.

하나금융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 등 2개의 자산운용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이 종합 자산운용사라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에 집중한다. 투자자산의 60%정도가 해외 자산이다.

자산운용 계열사는 실적을 넘어 계열사간 시너지에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한다. 은행·생보·손보 등 투자 담당부서와 유기적 협업을 통해 운용전략을 짜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 노하우 등이 공유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외 유수의 자산금융회사에 근무했다”며 “대체투자, 전통자산운용, 해외투자 등 자산운영 전 영역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글로벌 마인드도 겸비해 적임자로 추천됐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4호(2019년 3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