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에 대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 등 '윗선' 개입 가능성을 높게 점치던 검찰의 향후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사퇴 의사가 있는지 등 동향을 파악하고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또 청와대가 원하는 인사들을 산하기관 임원으로 채용하는 '낙하산 인사'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도 있다. 

검찰은 특정 지원자에게 미리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산하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업무를 방해한 것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의 임명에 관한 관련법령의 해당 규정과는 달리 대통령 또는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시부터 장기간 있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전날(25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동부지법에서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됐다.

김 전 장관은 전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정에 들어서면서 "최선을 다해 설명을 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겠다"면서도 '청와대에서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은 같은 달 환경부 김은경 장관, 박천규 차관, 주대형 감사관, 김지연 운영지원과장,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기관 8곳의 이사장과 사장, 원장, 이사 등 임원들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뿐 아니라 '현정부 임명', '새누리당 출신' 등 거취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고발장 접수 이후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전병성 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김용진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사업본부장,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본부장을 소환하는 등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또 지난 1월14일 환경부 감사관실과 한국환경공단을 압수수색하고, 같은달 말 김 전 장관의 자택 역시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19일에는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