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아름 기자가 한림대춘천성심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한아름 기자 |
#박모씨(35)는 아침마다 커피로 몽롱한 정신을 깨운다. 일터에서 지지고 볶다 퇴근하면 술과 게임으로 마침표를 찍고 나서야 침대에 몸을 눕힌다. 주말에는 부족한 잠을 몰아 자느라 친구 결혼식도 못 갔다. 박씨는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며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졸다가 도착역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잠’의 효율을 따지는 시대에 들어섰다. 수면부족과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면서 양질의 수면, 이른바 ‘꿀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면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인이 10년 전보다 약 26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면서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쉽게’, ‘효율적’으로 잠들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수면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우리 사회는 잠의 효율을 따지게 됐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OECD국가 평균인 8시간22분보다 부족한 7시간41분인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인의 수면시간은 이보다도 짧은 6시간6분에 불과하다.
이에 의료계도 ‘수면다원검사’ 등으로 꿀잠을 돕는 수면용품시장에 뛰어들었다. 수면의 질을 확인하는 수면다원검사는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의료비 본인부담 비율이 20%로 책정돼 약 70만원 정도였던 비용이 10만원 대로 확 낮아졌다. 기자가 새롭게 단장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체험해봤다.
잠을 자도 피곤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에서 불이 나는 것 같고 두통도 종종 있다. 커피는 나와 서로 맞붙어 떼어낼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적정한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 같은데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해야 수면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수면다원검사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무호흡 횟수, 코골이, 혈압, 산소포화도 등 수면 중 일어나는 몸의 모든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지난밤 뒤척인 것은 물론이고 ‘꿀잠’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꿀잠을 방해하는 원인을 찾아 교정할 수 있어 검사를 희망하는 젊은 층도 눈에 띄게 늘었다. 무엇이 꿀잠을 방해하는지, 어떻게 하면 수면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알 수 있어 수면다원검사에 거는 기대가 내심 컸다.
밤 9시. 기자는 머리와 가슴, 다리에 뇌파‧호흡 등을 관찰하는 20여가지의 센서를 붙였다. 손가락 끝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도 착용했다. 몸을 뒤척이다 센서가 떨어지지 않도록 특수 젤로 고정시켰다. 눕자마자 졸음이 밀려왔다. 의료진은 잠자는 모습을 밤새 CCTV로 지켜보다가 자세가 심하게 흐트러지거나 센서가 떨어지면 와서 바로 잡아준다.
다음날 잠에서 깨니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중간에 회사에 지각하는 악몽도 꿨지만 그 정도면 평소보다 ‘선방’했다. 하지만 수면다원검사결과는 기자의 예상과 달랐다. 결과지에는 기자가 잠들어 있던 361분 중 깨어있는 시간이 25분(7.1%), 꿈 꾼 시간은 39분(11.8%)으로 적혀 있었다. 깊은 잠에 든 시간은 66분(19.6%)으로 정상치(20%를 살짝 밑돌았다.
한시간에 약 15번이나 깼다는 숫자는 한번도 깬 적 없다고 확신했던 기자를 강타했다. 호흡곤란지수(RDI)는 3.4점이었다. 불면증 증상과 함께 RDI가 5점 이상을 기록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된다. 수면장애의 대표 원인으로 알려진 코골이는 다행히 나타나지 않았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꿀잠을 방해하는 원인은 무턱이거나 턱이 짧은 구조적 요인, 비만, 노화,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하다. 대부분이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수면장애를 호소하지만 기자의 경우 부정맥과 심리적 요인에 의한 ‘자연적 각성’으로 확인됐다. 왜 평소에 자다가 자꾸 깨는 걸까.
의료진은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 노트북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에 뇌가 자극받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설득력 있었다. 평소 기자는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잠들기 직전까지 웹서핑을 즐겼고 심지어 스마트폰을 만지는 꿈도 꿨다.
김동규 이비인후과 교수는 “캄캄해야 수면유도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는데 블루라이트 자극을 받으면 뇌가 밤을 낮으로 착각해 멜라토닌을 억제시켜 잠들더라도 각성된다”며 “특히 스마트폰 블루라이트는 TV모니터보다 많이 나오므로 취침 전 3시간 이상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규 교수는 “잠자는 시간이 생애의 1/3이나 되지만 숙면을 취하지 못해 많은 국민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각종 신체질환까지 앓는다”며 “수면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환경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0호(2019년 4월30일~5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