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7월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갤러리아면세점63 오픈 기념식에 참석한 귀빈들의 테이프 커팅식 모습. /사진=뉴스1 DB |
한화그룹이 결국 면세사업을 접었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오는 9월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4년 전 면세사업 부흥기 때 사업권을 획득한 후 제주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기대했던 한화의 도전은 이렇게 물거품이 됐다.
회사 측은 1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손실 탓에 미래를 위한 결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백화점사업 역량을 더욱 키우겠다는 한화갤러리아의 새로운 도전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한화면세점, 역사 뒤안길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회사 측은 “백화점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채비를 본격 추진하려는 경영적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2015년 말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했다. 이 면세사업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사업본부가 주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이 조직 일원으로 관여하며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한화그룹의 화학·방산 계열사,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계열사, 막내인 김동선 전 팀장이 백화점·면세점 등 유통·건설 계열사들을 맡는 후계 구도가 짜여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만큼 당시 면세사업은 김동선 전 팀장에게 제대로 힘을 실어줄 분야가 될 것으로 보였고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전망에 그쳤다. 3년간 누적손실만 1000억원을 기록한 갤러리아면세사업을 그룹이 계속 떠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컸다. 결국 특허권 종료 1년여를 앞두고 오는 9월 영업권을 미리 반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한화의 면세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대기업인 한화가 면세사업을 성공리에 이끌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지리적인 이유가 컸다고 말한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했다. 따이궁이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명동에 면세점이 위치해야 유리하다. 이들의 국내 쇼핑 동선이 주로 명동이나 잠실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 3000억원의 월매출을 내는 명동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회현)·신라면세점(장충동)은 모두 도심 인근에 모여 있다. 결국 갤러리아면세점63은 따이궁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매출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달라진 시장환경도 갤러리아면세점63을 옥죈 요인이 됐다. 2015년 면세사업권을 획득할 당시 서울시내 면세점은 6개에 불과했지만 몇년 사이 13개로 두배나 뛰었다. 면세점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도심에서 벗어나 있는 여의도는 고객 발길을 유도할 명분이 더 떨어졌다.
갤러리아 측은 “잔여기간 동안 세관 및 협력 업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면세점 영업을 정리하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제 시선은 다른 면세점으로 쏠린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함께 2015년 당시 특허권을 같이 획득한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 HDC신라면세점, 두타면세점(두산), SM면세점 중 몇몇 업체는 상황이 갤러리아면세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SM면세점은 누적 적자가 693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흑자전환했지만 누적 손실액이 605억원 수준이다.
반면 도심권에 위치하고 브랜드파워 등을 지닌 HDC신라와 신세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며 누적손실액이 각각 48억원, 14억원으로 감소세다. 현재로서는 두타면세점과 SM면세점이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선택과 집중, 백화점에 올인
선택과 집중을 내려야하는 시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사업보다 기존 백화점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백화점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채널들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지난해 매출 30조원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에 면세점에서 손을 뗀 갤러리아는 앞으로 ‘넘버원(No.1) 프리미엄 콘텐츠 프로듀서’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기존 백화점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백화점사업을 통한 매출 증진 후 신규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갤러리아백화점은 내년 초 갤러리아 광교점을 연다. 이를 위해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의 영업을 연내에 종료할 예정이다. 내년 오픈하는 초대형 광교점 영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한 지역에 2개의 백화점을 운영할 이유도 없다.
또 사업장별 리뉴얼 작업에 나선다. 갤러리아백화점이 위치한 지역 내에서 시장점유율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리뉴얼 등을 통해 본격적인 고객 서비스를 확충할 계획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스트리트 플랫폼’도 선보인다. 백화점을 벗어난 도심 공간에 핵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신개념 플랫폼을 구축해 백화점 사업모델의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안정성 확보로 갤러리아는 2022년까지 전사 매출 4조원 목표 달성에 한걸음 더 전진했다”며 “갤러리아의 잠재력을 발휘해 차별화된 ‘뉴 콘텐츠, 뉴 플랫폼’ 개발로 성장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갤러리아가 롯데, 신세계에 비해 백화점 점유율이 낮지만 럭셔리 특화백화점 이미지가 잘 구축돼 있어 앞으로 차별화된 플랫폼을 강화하면 예상외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1호(2019년 5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