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그랑자이 견본주택에 몰린 방문객. /사진제공=GS건설
방배그랑자이 견본주택에 몰린 방문객. /사진제공=GS건설

최근 분양시장의 화두는 ‘사전 무순위 청약’이다. 청약접수 전 미계약에 대비해 사전예약을 받는 제도다. 청약자격 강화로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자 당황한 건설사가 미분양 대비책으로 꺼낸 카드로 해석된다. 의무는 아니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자율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미분양 대책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정부 규제로 분양가 9억원 이상 단지의 중도금 대출이 60%에서 40%로 줄어 결국 현금부자들에게만 기회가 ‘집중’될 것이란 아우성이 들린다. 과연 사전 무순위 청약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사전 무순위 청약 본격화


최근 분양시장은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는 것이 보편화됐다. 청약은 올 2월부터 시행됐으며 가점에 상관없이 미계약 물량을 사전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다만 투기·청약과열지역은 해당 주택건설지역 또는 해당 광역권(서울의 경우 수도권) 거주자만 신청할 수 있다.

최근 몇달간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은 곳의 인기는 뜨거웠다.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에 공급된 ‘위례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은 올 3월11~12일 받은 사전 무순위 청약에서 2132건이 접수돼 총 공급 가구수(556가구) 대비 4배 가까운 수요가 몰렸다.


약 한달 뒤 서울에서 처음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은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서는 전체 공급물량(1120가구)의 13배 수준인 1만4376명이 사전 무순위 청약에 참여했다. 이 아파트의 일반 청약경쟁률이 4.64대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전 무순위 청약에 대한 예비청약자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강남권 첫 재건축 물량으로 주목 받은 ‘방배그랑자이’도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시공사인 GS건설 입장에서 볼 때 사전 무순위 청약 실시로 미분양 위험 부담이 상당부분 줄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출 규제, 청약자격 강화로 자금 마련이 어려운 청약 포기자와 부적격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당첨자의 10% 내외 수준이던 미계약 물량이 최근 껑충 뛰며 거의 50%에 육박했다”며 “효성중공업이 최근 정당 계약을 진행한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는 일반 분양 419가구 중 174가구가 미계약 됐으며 서울시 공릉동 ‘태릉 해링턴플레이스’도 327가구 중 6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말했다.

그동안 미계약 물량을 분양받으려면 미계약 발생 후 본보기집 앞에서 줄을 서야 했지만 무순위 청약은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 통장 없이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당첨 이력도 기록되지 않아 추후 1순위 청약 접수에도 제약이 없으며 접수마저 무료다.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가 결정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이라는 평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부격적 청약 당첨자가 현장별로 10% 내외로 발생해 무순위 청약접수 제도 도입이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건설사도 미계약 물량을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어 앞으로도 사전 무순위 청약을 시행하는 사업장이 증가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결론은 ‘현금부자’… 개선 방안은?

사전 홍보 효과 및 미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사전 무순위 청약이 확대될 조짐이다. 실수요자 역시 청약 가점에 상관없이 미계약 물량을 사전에 신청할 수 있어 당첨 가능성은 더해졌다.

시장의 반응도 대체로 뜨겁다. 사전 청약이 무주택자 및 청약제도 개편으로 급격하게 위축된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까지 움직였다는 평가다. 또 특별공급 이전에 사전 청약을 할 수 있는 점도 시장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전 무순위 청약은 당첨자와 예비당첨자가 모두 계약을 포기해야 기회가 오는 만큼 당첨 가능성은 낮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어 결국 자금 마련이 수월한 ‘유주택 현금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큰 것.

청약제도가 무주택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유주택자는 청약시장에서 사실상 설자리를 잃었지만 사전 무순위 청약 제도 실시로 다시금 ‘새 아파트 획득의 문’이 열렸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이미 집을 가진 유주택 현금부자에게 기회가 확대되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예비당첨자 비율을 먼저 늘려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26조에 따르면 모집가구수의 40%까지 예비당첨자를 선정하도록 돼 있지만 비율이 너무 적다”며 “대부분의 예비당첨자들은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수 있도록 예비당첨자 의무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 PWM 도곡센터 PB팀장은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출 규제를 풀어서 서민들이 저리로 현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사전 무순위 청약에 당첨돼도 서민들은 결국 현금 동원 능력이 모자라 현실적인 문턱을 넘기 힘들기 때문에 ‘대출의 문’을 좀 더 열어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1호(2019년 5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