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사진제공=삼성생명 |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이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1년 만에 1억원 가까운 평가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받은 급여의 15%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 사장은 김창수 전 사장이 자사주를 전량 매각한 지 2년 만에 자사주를 취득하며 관심을 끌었지만 생보업 모멘텀 부재의 악재를 이겨내지 못했다. 기대치를 밑돈 배당 전략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앞으로 3년간 배당 확대 의지를 표명하는 등 주가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실적 부진, 증시 변동성 확대 등 여건이 녹록치 못해 주가가 우상향 그래프를 보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년 만에 1억원 증발
현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과 함께 자사주 2500주를 1주당 11만6000원에 사들였다. 매입 규모는 총 2억9000만원이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은 김창수 전 사장이 2016년 11월 보유자사주를 전량 매각한 후 2년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주가가 폭락해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종가는 8만2400원으로 현 사장의 보유 자사주 가치는 2억600만원이다. 1년간 9000만원 가까이 투자손실을 입은 셈이다. 현 사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3월은 코스피도 호황을 보인 시기였지만 하반기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보주도 부진했다.
현 사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2억37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설·추석 상여, 장단기 성과금 등이 포함된 상여금이 5억7100만원으로 사장으로서의 순수 급여는 6억6600만원이다. 현재까지의 투자손실액은 지난해 순 급여의 15%에 해당된다.
그나마 코스피는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생명은 여전히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10만원 선을 넘지 못했으며 올 초는 8만300원으로 장을 마감해 7만원 선조차 위태했다. 1월 말 9만원 선을 잠시 오간 것을 제외하면 8만원 중반도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김창수 전 사장은 1억4000만원 남겨
김창수 전 사장은 2015년 7월 자사주 7000주를 6억5000만원에 매수한 뒤 이듬해 11월 7억9000만원에 전량 매도해 1년이 채 안 된 기간에 1억4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당시 김 전 사장의 자사주 매각을 놓고 업계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의 표명과 함께 주가방어의 의미가 있다. 대표이사가 재임 기간 중 보유자사주를 전량 매각하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를 내려놓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자사주 전량 매각의 파격 행보는 불확실한 연임과 연결됐다.
하지만 그해 삼성그룹은 정치적 이슈 등의 내홍을 겪었고 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는 등 혼란스러웠던 만큼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도 연임이 주를 이뤘다. 삼성생명의 경우 자살보험금 사태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경징계를 내리면서 무리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삼성생명은 수장이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로 2년을 보냈다. 한화생명의 경우 올해 차남규 부회장·여승주 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가 구축되면서 모두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하만덕 부회장·변재상 사장의 투톱 체제인 미래에셋생명도 두 수장 모두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인 동양생명도 지난해 4월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현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했지만 시장 상황을 뒤엎지 못한 채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비우호적 환경… 주가 방어책 무엇?
증시는 생보주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업계 맏형이자 대장주로서 생보주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건은 더 녹록치 못하다.
굵직한 악재인 국내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 장기화는 증시와 시장금리에 큰 영향을 끼친다. 생보주가 금리 변동성에 민감한 데 더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 비금융의 이슈 부담까지 감당해야 한다.
우선 생보사는 자산운용을 통한 이자율차이익(이차익)이 핵심 수익구조 중 하나다. 저금리 장기화가 생보주에 악재인 이유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국고채 금리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지난해 4차례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지난해 5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보유 해외자산 규모가 큰 기업들은 대규모 환차손을 피하지 못했다. 외화 유가증권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생보사들도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삼성생명은 다른 생보사와 달리 주식투자 비중이 13%에 달하는데 지배구조상 삼성전자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상황에 가장 민감히 반응하는 종목인데 국내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은 삼성생명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생보사 운용자산이 고객의 보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위험도는 더 크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지만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도 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여기에 올해 실적 전망이 좋지 못한 점도 주가 반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NH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KB증권 등 지난해 4월 이후 실적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 3곳의 올 1분기 지배주주순이익 평균은 3644억원으로 전년보다 6.5% 감소했다.
지난해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일회성 요인이 1조원 이상 반영돼 실적 호조를 보였다. 이를 재원으로 활용해 배당을 2021년까지 50%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지난해 배당성향이 27.4%에 그쳐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실적과 함께 배당 전략이 중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배당성향을 50%로 점차 올리겠다는 방침을 공시한 만큼 하반기 배당주로서 주목받을 여지가 존재하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2호(2019년 5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