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도기박물관 /사진=홍기철기자 |
220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구림마을. 풍수도참사상의 도선국사, 일본에 문물을 전한 왕인박사, 고려건국의 일등공신 최지몽 등 당대의 걸출한 위인들이 이곳 구림마을 출신이라고 한다.
비 내리는 구림마을에 도착하니 월출산 허리까지 구름이 내려앉았다. '호남의 소금강' 월출산이 신령함을 더했다. 첫 일정으로 구림마을 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기와집에 들어섰다. 영암군에서 운영하는 도기 박물관이다.
국내 최초의 시유도기가 구림 가마터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날 구림마을 일대 탐방에 함께한 사)남도전통문화관광연구회 전갑호 이사장은 "'생명의 흙' 황토로 빚은 영암도기는 저화도,고화도 환원소성의 생활용기와 녹갈색, 황갈색 시유도기는 도기에서 자기로의 기술발전과정을 살 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도기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 자기박물관에 전시된 분채초문합 등 자기 /사진=홍기철기자 |
또한 이곳 도기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었다. 일일체험 프로그램과 '나는 미래의 큐레이터'를 주제로한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구림의 보물을 찾아라'를 주제로 상설전시연계프로그램도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된다. 영암 관광시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정과 당·사우 그리고 옛 영화의 산증인 회사정
구림은 정자와 사당, 사우가 빼곡해 과거 시간여행으로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는 월출산과 서호가 당대의 문장가를 이곳으로 불러 들였다.
해주 최씨의 동계사, 함양 박씨의 죽정서원, 창녕 조씨의 서호사, 낭주 최씨의 국암사 등 사우를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 쌍취정, 간죽정, 총취정, 풍옥정, 요월당, 안용당, 육우당, 회사정 등 당(堂과) 정(亭이) 있다.![]()
국사암 돌담길 /사진=홍기철기자
구림마을 하면 적송도 빼 놓을 수 없는데 일제시대 마을에 빼곡히 들어찬 붉은 소나무를 벌채해 일부 남은 소나무가 구림의 옛 영화를 말해줘 쓸쓸함을 더했다.
구림마을은 낭주 최씨, 함양 박씨, 연주 현씨, 해주 최씨, 창녕 조씨, 선산 임씨 등의 여섯 성씨가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마을 미풍양속을 구현하고 이상향을 건설하기 위해 함양인 박규정과 선산인 임호 등이 주축이 돼 대동계를 만들었는데 4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동계의 명부 등이 전해지고 있다.
보기 드물게 단청을 하고 있는 대동계의 부속 건물인 회사정(會社亭)에 얽힌 일화도 귀를 솔깃하게 했다.![]()
대동계사의 부속건물인 회사정 /사진=홍기철기자
마을 양반들이 회사정에 모여 잔치를 열었는데 지나가던 걸인 행색의 양반이 합석하기를 청했고 행색은 초라하나 위풍당당함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회사정 마루 한쪽에 술상을 차려줬다고 한다.
이 걸인행색의 양반이 어사 박문수였다는 것. 이후 마을사람들은 걸인이 앉은 자리라며 그 자리를 도려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회사정에 걸쳐 않지도 못하게 했을 정도로 마을 양반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회사정 보수공사로 인해 그 흔적이 지워지고 없어 아쉬웠다.
회사정 바로 앞에 비석같은 돌이 솟아 있는데 훈계석도 눈길을 끌었다. 미풍양속을 어긴 사람을 이곳 훈계석에 묶어 마을 사람들이 매로 때려 체벌했다. 이후 맞은 사람과 체벌하는 사람의 눈이 마주쳐 앙금으로 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덕석몰이' 형벌이 이후에 등장했다고 전한다.
◆왕인 일본고대문화 시조와 국제항 상대포의 눈물
| 왕인박사 천자문비 /사진=홍기철기자 |
구림마을의 대표 인물은 왕인박사다. 일본 고대문화의 시조인 왕인박사가 천자문과 논어 10권, 도공, 야공, 제기 기술자 수 십명을 모아 일본에 문물을 전파하기 위해 배를 탄 곳이 상대포다.
구림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왕인 박사 탄생지는 커다란 바위와 주거지였음을 알 수 있는 일부 주춧돌이 남아 있다. 왕인 기념관 입구에는 천인천자문탑과 위나라 사람 종요가 쓴 것으로 알려진 천자문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보면서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민족이 일본이란 생각도 머릿속을 스친다. 상대포는 당시 아천포 덕진포와 더불어 영암 3대 국제항이였다고 한다.
최치원이 당나라로 떠난 항구며 아천포는 한석봉 어머니의 '불 끄고 떡 썰기' 일화가 전해진 곳이다. 구림 사람인 영계 신희남과 어린 한석봉이 개성에서 인연을 맺었고 스승이 낙향하자 함께 구림으로 내려와 석봉이 학문을 익혔다고 한다.
| 상대포구 전경 /사진=홍기철기자 |
상대포구 인근에는 문화재 자료 제181호인 정원명석비가 자리하고 있다. 이 석비는 통일신라시대 제작된 것으로 전라남도에서 가장 오래된 금석문이다. 비문에는 당나라 정원 2년의 연호가 새겨져 있다.
| 전남도에서 가장 오래된 금석문인 정원명석비 /사진=홍기철기자 |
눈이 호강한 구경을 했다면 이번에 배가 호강을 해야 한다. 영암에는 갈낙탕이 유명하다. 한우와 개펄에서 잡히는 낙지가 주재료다. 학산면 소재 독천낙지거리가 맛있는 낙지요리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짱뚱어탕과 영암매력한우, 장어구이가 있으며 남도밥상의 진미 한정식도 추천한다.
구림마을은 승용차로 올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에서 2번 국도를 타고 영암방면으로 진입해 학산면 소재지에서 좌회전해 819번 지방도로를 달리다보면 구림마을이 나온다. 영암 버스정류장에서 목포행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한편 영암군은 문화관광의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원년으로 2200여년전 마한유적부터 최첨단 자동차경주장까지 전통과 미래의 역사문화관광산업을 활성화시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전동평 영암 군수는 "영암의 역사와 볼거리, 체험거리, 먹을거리 등을 느끼고 체험하며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로운 문화관광 정책을 펼쳐 남도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위상을 한껏 드높여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