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길, 늘 그곳에 있다
| 백두대간의 첩첩산중.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새벽은 숲과 함께 열린다
이번 여정은 노인봉을 경유해 무릉계 소금강 계곡을 따라 걷는 것이다. 동이 채 트지 않은 이른 새벽, 느슨해진 신발끈을 다잡아 묶었다. 막 가을로 접어드는 탓일까. 새벽 찬 공기는 몸을 움츠리게 한다. 구름이 지나는 길목, 하늘의 별은 구름 속에서 언뜻언뜻 얼굴을 내비친다. 바람은 구름을 거세게 흩뜨리며 그 형체를 자꾸 밀어낸다.
| 진고개 고위평탄면의 새벽길.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노인봉에 오르다
노인봉(老人峰·1338m) 정상에 올랐다. 2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정상이다. 길에 펼쳐진 수목사이로 붉디붉은 며느리밥풀꽃과 이름 모를 야생화를 넋 놓고 구경했다. 노인봉은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어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의 모습과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황병산 산허리를 넘는 구름.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북으로 설악을 바라보니 첩첩한 산들이 장관을 이뤄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람이 차 겉옷을 꺼내 입었다. 한시간을 더 머물다 정상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 낙영폭포.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소금강의 시작, 낙영폭포
노인봉대피소는 남쪽 황병산과 대관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동쪽 소금강 계곡의 갈림길에 있다. 소금강 계곡으로 길을 잡는다. 목적지 소금강 분소까지 약 9㎞가 남았다. 계곡의 시작인 낙영폭포(落影瀑布)까지 급경사의 1.7㎞ 내리막 구간이다.
| 소금강 가는 길목의 고사목.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백운대, 그리고 다양한 군상의 ‘만물상’
낙영폭포에서 4㎞를 지나니 넓고 평평한 바위가 마치 하얀 구름모양처럼 겹쳐있다. 백운대(白雲臺)다. 계곡물은 평평하고 넓게 퍼져 흐르며 구름을 덮듯이 백운대 바위를 타고 넘는다. 그 모양이 마치 구름 위를, 또 다른 구름이 타고 넘는 듯하다. 바위가 구름이고 계곡물 또한 구름이다. 소금강의 변화무쌍함을 제대로 절감한다.
| 만물상.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구룡폭포와 식당암
| 구룡폭포의 제9폭.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낙영폭포에서부터 백운대까지는 인적 없이 소금강을 즐길 수 있다. 백운대를 지나면서 인적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구룡폭포에 이르러서는 인파가 가득하다. 이곳 구룡폭포까지만 들렀다 돌아가는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이 많아서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소금강 분소에서 출발하면 3㎞ 남짓 되는 거리라 접근하기도 편하고 소금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소이기에 그런 모양이다.
| 식당암.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진고개에서 이곳까진 14㎞ 여정이다. 짧지 않은 길이었지만 가을로 접어드는 계곡은 피곤함을 잊게한다. 예전 봄에 걸었던 이 길과 가을로 접어드는 지금의 이 길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다. 계절에 따라 같은 길도 다르게 보인다. 가을이 깊이 익어갈 때 붉게 물든 소금강의 단풍과 눈 내린 하얀 소금강을 기다리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