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자수첩. /사진=이미지투데이


“업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서로 잘 화합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노사 간 갈등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의 임금협상 전망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쌍용자동차를 제외하면 노사 간 갈등은 연례행사라도 되는 것처럼 빈번하다. 노조를 떠올리면 ‘강성’, ‘파업’ 등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가 8년 만에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대표적 강성노조로 불리는 현대차노조는 한일갈등, 대내외적 경영악화 등을 고려해 위기극복에 동참, 사측과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만큼 현재 국내 자동차시장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 8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실적은 총 11만8479대로 전년 동월 대비 6.2% 역신장했다. 정부가 자동차 소비활성화 차원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올해 말까지 연장했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모습이다. 완성차업체들의 매출증대에 가장 중요한 수출부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여전한 강세, 보호무역주의 등이 팽배하면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 8월 해외판매는 52만956대로 전년 대비 2.1%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완성차업체들은 비상경영 체재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직원들의 복지축소, 르노삼성은 감산 등에 나선다. 이렇게 어려운데 올해는 다르지 않을까.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대차를 제외하면 올해 임금협상, 임단협 등과 관련해 노사 간 갈등이 해소된 곳이 없다.


특히 최근 한국지엠노조의 행보는 유독 두드러진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사측을 ‘적’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자사의 수입차를 불매하자는 이야기까지 언급하면서 오히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수입차 불매 등에 대해서는 일부 해명하기도 했으나 노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노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들의 생존이 걸린 일인 만큼 쉽사리 사측에 굴복할 수 없을 것이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기업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위기극복을 위해선 화합이 필요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존재한다. 노사는 대립관계이기 이전에 한 식구다. ‘양보’라는 말은 내뱉기 쉽고 행동으로 실천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해내야 하는 것이 바로 지금이다.

한낮 무더위와 열대야 등으로 고생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날이 쌀쌀해지고 가을이 찾아왔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국내 완성차들이 노사 문제를 툴툴 털어버리고 웃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