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합의 불구 우려 여전… 미·이란 갈등도
바이러스 확산에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2.4% 차질 전망


경자년 초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중 무역분쟁과 중동사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더해지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성장기반을 무역에 둔 한국 입장에선 가뜩이나 의존도가 높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갈지자 횡보와 함께, 역시 영향을 크게 받는 중국의 불안한 국·내외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일각에선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2.4% 달성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소되지 않는 분쟁… 세계 불확실성 진행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확산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올해 미·중, 미·EU 간 무역갈등 재부각 가능성과 미·이란 간 무력충돌에 따른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돼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앞서 중국과 지난 1월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협의안에 서명하고 이란과는 확전을 경계하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갈등을 완전히 봉합한 게 아닌 만큼 재발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 서명으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의 불확실성을 줄였지만 제거하진 못했다”고 평가했고 리처드 마틴 미국 컨설팅업체 IMA아시아 이사는 “합의안이 1년 내 파기될 가능성이 50%”라고 전망했다.

1월26일(현지시간)에는 이라크 바그다드 소재 미국 대사관이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폭격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자칫 소강상태에 있던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재점화돼 중동발 위기를 고조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지정학적 위기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악화로 이어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겐 치명적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기준 70.4%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으로 확대되며 한국 경제의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對中) 무역의존도가 지난해 기준 25%에 달하는 한국은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당장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해외관광을 제한할 경우 한국으로 유입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줄어들어 국내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중국여행도 줄면서 여행사와 항공사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 에어서울을 비롯한 일부 항공사는 중국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더 많은 항공사와 여행사가 중국상품을 취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코로나’ 사태 장기화 시 한국 경제 직격탄

수출 역시 문제다.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우한발 신종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 실물경기가 고꾸라지면서 한국의 수출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교역길이 차단된 게 아니기 때문에 당장 영향은 없겠지만 감염이 확산되거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이)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에 법인 또는 사무소를 둔 포스코, SK종합화학 등은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서둘러 주재원을 귀국시키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춘제 기간 동안 우한에 있는 자동차 강판 가공센터 포스코-CWPC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SK종합화학은 현지공장의 운영인력을 최소화했고 주재원 10명을 모두 국내로 긴급귀국 시킨 뒤 최소 열흘 이상 자택근무를 지시했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주요계열사들은 1월 말부터 중국 내 모든 지역으로의 출장을 금지하거나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만 허가를 내주는 등 절차를 강화했다. 현대차도 중국 주재원 및 가족들의 철수와 한국 내 인원의 중국 입국 보류를 지시한 상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번 사태와 관련해 테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위험단계별 대응 방안을 실행 중이다. 삼성, 한화, LS 등 중국 현지에 사업장을 둔 기업들도 출장을 금지하는 등 개별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은 한국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간한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사스가 발생한 2003년 2분기 한국의 GDP 성장률은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가량 하락한 바 있다.

신종코로나가 사스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올해 성장률을 2.4%로 제시하고 경기 반등 기회를 잡으려던 정부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적인 전염병은 국가 간 인적교류와 물적교역을 방해해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에 확산 여부가 경제환경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비해 중국이 세계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이미 중국경기의 하락세가 나타난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부정적인 효과는 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특히 “과거 사스의 경우처럼 핵심 발병지역이 중국인 경우는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한국 입장에선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