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미국과 유럽의 증시가 대폭락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주요 지수는 30여년만에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 역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조치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동결에 실망해 사상 최대 낙폭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10% 폭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52.6포인트(9.99%) 떨어진 2만1200.62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60.74포인트(9.51%) 떨어진 2480.64로, 나스닥종합지수는 750.25포인트(9.43%) 하락한 7201.80로 마감했다.
뉴욕증시에서는 지난 9일 이후 5일 만에 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개장 직후 S&P 500지수가 7%이 낙폭을 보임에 따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15분간 거래가 정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투입한다고 발표한 뒤 주가는 잠시 반등하는 듯 보였으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3대 지수는 10% 정도의 낙폭을 기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트럼프 기자회견에 대한 실망감, 특히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일해 적극적인 대응이 부재할 것이라는 공포감으로 패닉에 빠졌다"며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유럽에서 급증하고, 미국 또한 확진자 수가 1323명을 기록하는 등 관련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공포 심리를 더욱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전날보다 12.40% 급락한 2545.23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수 역사상 최대 낙폭이다. 미국의 유럽발 입국금지 조치뿐 아니라 ECB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한 것도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주요국 증시가 모두 10% 넘게 대폭락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FTSE 100지수는 전날보다 639.04포인트(10.87%) 내린 5237.48에 장을 마쳤다. 프랑스 CAC 40지수는 565.99포인트(12.28%) 추락한 4044.26를 기록했다. 독일 DAX지수는 1277.55포인트(12.24%) 하락한 9161.13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지난 12일 코스피도 장중 5% 넘게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인 끝에 전날보다 73.94포인트(3.87%) 하락한 1,834.3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5년 8월 이후 4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선물가격이 급락하자 지난 12일 오후 1시경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제한하는 사이드카(매매호가 일시 제한)를 발동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1년 10월 이후 8년 5개월 만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3일부터 최근 한달 간 코스피 시장에서 9조574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외국인이 매도행렬을 멈추지 않는한 국내 증시의 우하향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포심리가 극대화되면서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부양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1700대 초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2008년 외환위기 당시의 PBR 0.76배에도 하회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의 하방지지선을 그려보자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시 2003년의 PBR 0.68배 수준인 1740 선이 2차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나 연구원은 그러면서 향후 ▲글로벌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율 ▲美 연방준비제도(FRB)의 추가 부양책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등 3가지 요인에 따라 증시가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신종플루 당시에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했다. 당시 금융시장은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정책 대응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팬데믹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서 신종플루 확진자가 급증하자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금융위기 여파로 각국도 적극적으로 정책 대응을 했다. 때문에 일시적인 충격만 있었을 뿐 지속적인 강세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서 연구원은 "이미 2008년 글로벌 주식시장은 40~60% 급락했었으나 지난해에는 10~30% 상승했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단행했고, 각국 정부도 재정지출을 확대했다는 점, 이를 감안 향후 주식시장은 2009년처럼 상승하지는 못할 수는 있지만 공포에 잠식되는 극단적인 모습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