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의외의 것이 주목받았다. 조주빈이 입고 나온 버건디색의 맨투맨 티셔츠. 흰색으로 디자인된 티셔츠 중앙엔 큼지막하게 보라색 영문으로 ‘FILA’(휠라)라는 로고가 쓰여 있었던 것. 조주빈 패션은 그의 검찰 송치와 함께 연일 뉴스거리가 됐다.
잔혹 범죄로 지탄받는 사람의 패션에 대중이 관심을 갖는 현상. 나아가 같은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이른바 ‘블레임룩’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사건 자체의 화제성이 클수록 블레임룩에 대한 관심도는 더 컸다.
돌이켜 생각해보자. 1999년 ‘희대의 탈주범’ 신창원이 검거 당시 입었던 알록달록한 티셔츠는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미소니’의 모조품으로 판명 났지만 ‘신창원 티셔츠’로 불리며 실제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악명을 타고 명품브랜드가 급성장한 사례는 또 있다. 과거 학력위조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신정아의 알렉산더 매퀸 티셔츠는 생소했던 브랜드를 단기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어디 그뿐인가. 그가 입던 돌체앤가바나 재킷과 버버리 데님 청바지 역시 주문이 밀리면서 ‘완판 효과’를 봤다.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이 검찰 소환 당시 썼던 에스까다 선글라스도 ‘린다김 브랜드’라는 별칭까지 생기며 여성들의 집중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싶다. 미성년자 등 어린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 패션을 두고서는 브랜드가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휠라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주고객층인 10대와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 휠라는 이번 일로 더 깊은 유감과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휠라 로고를 모자이크 해줄 것을 언론사에 요청했다.
대중들 역시 이번만큼은 반응이 다르다. 지갑을 열기는커녕 “같은 옷이 있는데 입기 꺼려진다”, “혐오스럽다”, “휠라가 무슨 죄”, “한방에 범죄자룩이 됐다”는 조롱만 이어지고 있다. 결국 조주빈의 패션은 과거 블레임룩과는 완전 딴판이다. 그가 입은 맨투맨은 대중도, 브랜드도 반기는 이가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8호(2020년 3월31일~4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