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조 회장은 2라운드를 대비한다. /사진=머니S DB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反조원태 세력인 조현아 주주연합(조현아, KCGI, 반도건설)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이 전날 조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물론 이번 주총으로 한진가 경영권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조현아 주주연합은 이미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숨 돌린 조원태, 이사회도 지켰다

한진칼은 27일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오전 9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주요 주주의 위임장 확인절차 등으로 3시간 넘게 지연됐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이사 선임의 건이었다.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후보에 조원태 회장과 하은용 한진칼 부사장의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을 추천했다.

전문경영인 도입을 주장하는 조현아 주주연합 측은 사내이사로 김신배 전 SK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제안했고 기타비상무이사로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등을 제안했다.
(왼쪽부터)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5인에 대한 선임안이 모두 가결됐다. 사진=한진그룹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김석동, 박영석, 임춘수, 최윤희, 이동명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모두 55% 이상의 찬성표를 얻었다. 조현아 주주연합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들에 대한 찬성표는 각각 43% 내외였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쟁점인 사내이사 조원태 선임의 안은 가결됐다. 찬성표와 반대표는 각각 56.67%, 43.27%로 집계됐다. 조현아 주주연합 측이 추천한 김신배·배경태 사내이사 후보의 선임은 찬성표 43~47%에 그쳐 모두 부결됐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지주사인 한진칼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기존 경영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은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조현아 주주연합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기각과 국민연금의 선택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기 때문. 지난 24일 법원은 조현아 주주연합이 제기한 2개의 가처분 신청(반도건설의 8.2%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의 3.79%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반도건설의 의결권 있는 지분이 5%로 줄었다. 2.9%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주총 하루 전날인 지난 26일 조 회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조 회장 측(40.39%)과 조현아 주주연합(30.98%)의 의결권 있는 지분의 격차는 9.41%로 벌어졌다.
(왼쪽부터)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지분 늘리는 주주연합, 조원태 버텨낼까

조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지만 한진가 경영권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4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이후 조현아 주주연합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나 이번 주총에서의 결과가 한진그룹 정상화 여부의 끝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주연합은 긴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CGI와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 지분율을 각각 18.57%, 14.95%까지 끌어올렸다. 조원태 회장 측도 마찬가지다. 대표 우호세력인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14.9%까지 늘렸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2라운드의 무대는 임시 주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지금껏 추가 매입한 지분율이 반영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우호세력(타임폴리오자산운용 2.20%, 추정치)을 포함한 조현아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42.21%가 된다. 델타항공의 추가 지분 4.9%를 합산한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2.39% 수준이다. 양측의 격차는 1% 미만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자금력을 앞세운 KCGI와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앞으로도 계속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KCGI의 경우 ㈜한진의 지분까지 처분하며 한진칼 지분율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외부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차등 의결권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한진칼 사태는 단순히 볼 것이 아니다. 해외의 헤지펀드들도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전부터 차등 의결권 제도에 대한 도입이 거론됐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대기업에 대한 보호가 우선 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때부터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양측 모두 이번 주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한진가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진칼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있는 KCGI와 반도건설에 조원태 회장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