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기대를 모은 기업공개(IPO)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에 IPO 열차의 철로가 끊어졌다. 기업가치가 수조원에 달하는 대어급들의 IPO 도전은 전부 멈춰 섰다. 올 1분기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청구는 ‘0’건. 하지만 오히려 코로나19를 기회로 제약바이오와 비대면기술 기업들은 새로운 IPO에 도전한다. 꿈틀대고 있는 IPO시장을 진단했다./ <편집자주>
-[희비 갈리는 IPO시장①] 얼어붙은 IPO시장… 훈풍 '살랑살랑'
잔뜩 얼어붙은 기업공개(IPO)시장을 녹일 훈풍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임에도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에만 17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의약품·의료기기 제조 관련 바이오제약 기업들과 소프트웨어·전자부품 제조 관련 비대면기술 기업으로 코로나19로 오히려 시장 확대 혜택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로 생활패턴이 비대면 중심으로 바뀐 데다 바이러스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이 IPO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최종 상장 승인까지 평균 3~4개월가량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상장을 서두르는 요인이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 국내 증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올 7~8월 IPO를 추진하겠다는 포석이다. 국내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달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하반기 IPO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는 기업과 바이오 관련 기술주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MC본부장은 “IPO시장이 국내 증시 반등세를 타고 이달 중순 이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며 “NH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상장심사를 청구할 기업이 10개 정도 된다. 연평균 10~15개 정도 상장을 완료하는 만큼 올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찬바람 부는 IPO시장 4월의 반란
IPO시장은 지난달 들어 급반전 중이다. 코로나19가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코스닥을 중심으로 IPO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9일 엠투아이코퍼레이션이 코스닥 신규상장을 위해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17개 기업이 상장 작업에 들어갔다.
올 1분기 월평균 5건에 불과했던 상장 예비심사청구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19년 4월(27건)에 비해 10개가 줄어든 수치이지만 2018년 4월(13건)과 비교하면 오히려 늘었다. 지난달 예비심사청구서 제출 기업은 코스닥이 15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코스피도 2개로 지난해 4월 1개에 비해 오히려 1개 늘었다.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17개 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의약품·의료기기 제조 관련 바이오제약 업종이 6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프트웨어 개발·전자부품 제조 관련 비대면기술 업종이 4개다. 코로나19와 연관된 업종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코스닥 시장을 노리는 바이오제약 기업은 에스엘에스바이오, 한국파마, 퀸타매트릭스, 제놀루션, 피플바이오, 이오플로우다. 증시가 회복된 4월 둘째주에 모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비대면기술 기업으로는 와이팜, 에임시스템, 영림원소프트랩, 비나텍 등이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 시장을 노리는 2개 기업은 자동차 신품부품 제조업의 명신산업과 외식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에도 양호한 실적을 낸 만큼 경기가 회복될 하반기 시점에 맞춰 상장한다는 전략이다.
대형 증권사의 IPO시장 담당자는 “1분기 IPO 시장 충격은 다소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시장 심리의 개선이 지속된다면 코로나19의 영향이 제한적인 산업과 기업 또는 수혜를 받는 일부 업종 중심으로 IPO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상장 승인을 마친 기업은 총 13개다. 이는 평년 1분기 상장 숫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모두 코스닥 상장으로 코스피 상장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 1분기 코스피 상장은 3~4개 정도 이뤄졌다.
한국거래소 다른 관계자는 “매년 1분기가 IPO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코스피 상장이 하나도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1분기 신규상장 주관을 전혀 하지 못한 일부 대형증권사도 속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IPO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 코로나19로 판세 전환, 물밑에서 IPO ‘꿈틀’
예비심사청구 제출 기업 외에도 물밑에서 IPO 추진에 나선 기업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소셜커머스 기업 티몬과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도 IPO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상장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직장인 재택 문화와 학생들의 개학 연기로 변화된 생활패턴을 노린 전략이다. 각각 온라인쇼핑과 게임 이용자가 확대되며 관심이 높아진 점을 기회로 삼았다.
티몬의 경우 매각에서 상장추진으로 돌아설 만큼 코로나19 혜택을 받았다. 설립 이후 매월 마이너스 영업이익이 지난 3월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3월은 코로나19가 본격화돼 경기가 가장 좋지 않았던 달이다. 이 기간 특가 상품 판매기간을 시간단위로 운영한 새로운 커머스 형태인 ‘타임커머스’ 플랫폼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수익성이 개선된 티몬은 지난달 27일 상장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했다. 이진원 티몬 대표는 “그동안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커머스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올 한해 개선된 실적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게임기업 크래프톤은 지난 3월에 모바일게임인 ‘테라 히어로’를 전략적으로 출시하며 재택 족을 공략했다. 연매출 1조원 규모로 성장한 크래프톤은 이를 기회 삼아 IPO 준비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IPO 준비를 공식화하지 않았던 크래프톤은 이번만큼은 “계획 중이다.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확답했다. 크래프톤은 조만간 주관사를 선정, IPO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티몬이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IPO를 향한 관심이나 활동이 조금씩 재개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대어들을 중심으로 상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3호(2020년 5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