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MA 공포에 제약계가 떨고있다.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발암추정물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원인은 오리무중, 철저한 기준 마련해야

“이번 사안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 다만 안전성 이슈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
“원료나 제조 과정에서 원인 파악을 통해 개선하는 것 외에 크게 도움될 만한 의견은 없다.”(J제약 관계자)
제약기업들이 발사르탄(고혈압약)과 라니티딘(위장약)에  이어 당뇨약인 ‘메트포르민’ 31개 품목에서 발암추정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며 예상치 못한 의약품 불순물 사태를 겪고 있지만 의외로 담담한 분위기다.

NDMA는 국제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인체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NDMA는 식품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매해 불순물 사태가 반복될 때마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지만 정작 NDMA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권훈정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 ‘즉석식품에서 니트로사민이 검출되는 요인 분석’에 따르면 NDMA는 자연환경, 식품, 화장품, 고무제, 담배연기 등 다양한 곳에 존재한다. 특히 식품에선 ▲육가공품 ▲어육가공품 ▲절임 식품 ▲발효과정을 거치는 맥주 ▲치즈 등에서 검출되기도 한다. NDMA는 실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물질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NDMA가 본격적으로 제약사에 영향을 끼친 사건은 ‘발사르탄’ 사태다. 유독 한국에서만 다수의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 115개에서 NDMA가 검출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NDMA 사태 암 유발률 낮은데…

./사진=머니S 김은옥 기자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발암 가능성이다. 하지만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과 메트포르민 모두 암 발병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NDMA 기준치를 초과한 발사르탄과 메트포르민은 각각 10만명 중 0.5명과 0.21명에게서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의약품규제기구(ICH) 가이드라인은 의약품 복용 시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이 10만명 중 1명 이하일 경우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NDMA가 검출된 의약품들 대다수가 판매 중지된 상황이다.


발사르탄 사태 때는 원료의약품 문제라는 이유가 뚜렷했지만 이번 메트포르민 사태에선 NDMA가 어디서, 어떻게, 왜 검출됐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번 메트포르민 사태는 완제품을 검사한 결과 NDMA가 검출됐다”며 “약을 찍어내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을 만들 때 사용하는 원료에서 NDMA가 나온 사례는 없다. 반면 제조공정을 거친 완제 약을 검사한 결과 NDMA가 검출됐다. 같은 원료를 사용했던 다른 메트포르민에선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

뚜렷한 원인 없이 NDMA가 검출되자 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번 NDMA 검출 사태 때마다 기업에게 재정적, 행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에서만 수백여 개 품목에서 NDMA 검출과 회수로 이어지는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국민 안전을 위해선…”

식약처가 NDMA 검출 이후 즉각적인 판매 중지 조치를 취한 이유는 명확하다. 발암유발성분을 미리 차단해 혹시 모를 위험성에 대비한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에 함유된 새로운 유해 물질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유해물질이 함유된 의약품을 판매하도록 둘 수만도 없다”고 말했다.

모든 품목에서 NDMA가 검출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제약사와 체계적으로 안전성 연구를 진행한다면 NDMA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식약처 의견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어지는 NDMA 검출 사태에서도 전 제품이 걸린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을 통해 발생원인 분석, 차단 방법 등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와 제약업체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2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제약기업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NDMA 불순물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제약기업은 올해 말까지 자체 조사로 의약품 내 NDMA 함유 분석결과를 제출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의약품 중 NDMA 발생원인 조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분석할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든 제품을 정부에서 평가하기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개별업체가 자발적으로 해야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어떤 성분이 NDMA를 유발하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어느 나라도 명확한 생성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제약업계와 의약품 제조 과정을 따져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8호(2020년 6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