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주식시장을 동학개미(한국 개인투자자)가 주도했다면, 미국은 로빈후드(미국 개인투자자)가 이끌고 있다. 로빈후드는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전량 매도한 항공주를 매수하고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미국 렌터카 업체 허츠(Hertz)의 주식을 사들어 폭등장을 만들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6.59포인트(0.67%) 상승한 1만20.35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만선에 올라선 것은 지난 1971년 나스닥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동학 농민 운동 모습을 재현한 그림. 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자 이에 개인투자자(개미)가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사진=민족 기록화

미국판 동학개미 '로빈후드', 1000만명 사용 무료 주식거래 앱

뉴욕증시 상승 배경에는 수많은 로빈후드가 있다. 로빈후드는 미국의 무료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이다. 지난 2011년 벌어진 월가 점령 시위서 아이디어를 얻어 블라디미르 테네브와 바이주 바트가 2013년 창업했다. 로빈후드는 영국 민담에서 부자들을 약탈해 가난한 이를 돕는 의적으로 그려진다. 두 창업자가 주식거래 앱에 로빈후드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비슷하다. 모든 미국인이 순자산과 관계없이 무료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에서 로빈후드 앱이 시작됐다.
현재 로빈후드 앱을 사용하는 투자자 수는 10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자칫 무모해 보이지만 일사불란하게 투자한다. 파산 보호 신청한 허츠 주식이 주당 0.56달러까지 폭락하자 로빈후드들이 매수에 나섰다. 약 14만명이 로빈후드 앱을 이용해 허츠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락 이후 주당 5.53달러까지 상승했던 허츠 주식은 현재 2.5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저점에서 고점까지 약 1000% 상승한 수치다.


월가에 부는 개인 투자 열풍과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의 전문 투자자들이 시장을 두려워할 때 개인 투자자들은 모험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빈후드들 중에도 거래로 수익을 내는 로빈후드 리더들은 트위터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거래 방식과 투자 시황을 실시간으로 방송해 투자 동향을 알려준다.

영국 노팅엄에 있는 로빈후드 동상. 무료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만들어졌다./사진=픽사베이

버핏 매도한 항공주로 '재미봐'… 버블 경고 목소리도

로빈후드는 버핏 회장이 전량 매도한 항공주를 매수해 재미를 봤다. 버핏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항공업계 충격을 예상해 지난 4월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델타 에어라인,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 4개 항공주를 팔아치웠다. 매도 규모는 60억 달러(약 7조2642억원)로 알려졌다. 이 시기 로빈후드들은 버핏 회장과 반대로 항공주를 매수했다. 최근 하락장에서 미국 항공주를 담은 US 글로벌 제트 상장지수펀드(ETF)는 12달러까지 하락한 후 20달러까지 상승했다.
로빈후드가 가장 많이 거래한 기업은 애플,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넷플릭스, 아마존으로 대형 기술주가 차지했다. 동학개미도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했던 한국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들은 코스피 주식을 26조원(6월9일 기준) 이상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는 5조원, 외국인 투자자는 23조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실물 경기와 무관하게 급등하는 주식시장을 보고 거품(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1997년 닷컴버블 당시와 비슷하다"며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에 풀어 둔 유동성 위에서 묻지마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