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정보 분석 통한 투자 실력 길러야
동학운동이 126년만에 부활했다. 1894년에 농민들이 총기류와 농기구 등으로 무장한 봉기가 ‘동학농민운동’이었고, 2020년에 개미투자자들이 자금력을 동원한 봉기는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며 증권시장 최고의 유행어로 떠올랐다.
둘 다 반외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학개미운동! 10조 매수, 개인투자자들의 혁명, 이번엔 다르다’ 제목의 영상은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를 확산시켰다. 하나금융투자에서도 ‘개미가 이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연일 이어지는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 대항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강력한 매수세를 동학운동에 비유했다.
김용구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폭증한 고객예탁금은 개인투자가의 현 국내 증시 괄목상대 기류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했으며 최근의 상황변화를 ‘리테일 투자가의 일시적 반란 정도로 평가절하할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를 실패로 끝난 동학농민운동에 비유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성공으로 귀결됐던 사건에 비유하는 게 적절하다는 뜻이다.
취지가 좋다고 반드시 잘되진 않는다는 것이 역사의 불편한 진실이다. 하지만 이번 동학개미운동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주식투자를 직접 공부하고 실력을 갖추며 나서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개인 투자자가 정보력이 뒤처지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정보화시대에서는 노력만 하면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투자 실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서적과 교육 시스템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성공할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두어 달의 성과만을 보고 결론을 내린다면 주식을 단기투자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셈이 된다. 오직 단기투자 목적으로 개인투자자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왔다면 그 많은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때에는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 번 들어온 자금이 오랫동안 주식시장에 머물면서 중장기적인 투자효과를 추구하는 경우에만 이번 동학개미운동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주식 “외국인 매도, 개인 매입”
경제에 커다란 충격이 나타나는 시기에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생긴 시장의 급락에 개인이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나 2000년대 말 미국발 금융위기에서도 지금보다 규모는 작지만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2008년 9월25일 코스피지수가 1501.63에서 추락하기 시작해 11월20일 948.69까지 36.8% 폭락할 때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9일 동안 6조4914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4조588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때는 기관도 2조1052억원 순매수했었다.
이후 증시는 더 오르면서 2009년 7월24일 1502.59에 도달해 급락 직전 지수를 온전히 회복했다. 최저 시점 이후 이때까지 외국인의 총 순매수 금액은 15조6219억원으로 급락과정에 판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3조2714억원을 순매도해 급락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것까지 내다 팔면서 손절매한 셈이 됐다.
이후 주식시장은 계속 더 올라서 2011년 5월2일에는 2228.96에 도달했다. 최저점 근처에서 외국인이 매도하는 것을 사들였던 개인 중에 일부는 단기 수익을 얻고 팔았겠지만, 총체적으로는 개인은 손절매하고 장기적인 상승 과정의 수익은 외국인이 얻어간 결과가 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2020년 2월14일에 코스피 종가가 2243.59를 기록한 이후 3월19일 1457.64까지 35.0% 폭락하는 24일 동안 외국인의 순매도가 13조3670억원, 개인 순매수가 12억8107억원에 달했다. 기관의 역할은 미미한 채 외국인이 대량 매도하는 것 대부분을 개인이 사들인 셈이 됐다.
최저점을 찍은 이후 4월16일까지 1857.07로 올라와서 하락폭의 절반인 50.8%를 회복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외국인은 계속 매도해 총 6조1753억원을 추가로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에 개인은 5조3274억원을 추가로 더 사들였다. 최저점부터 2195.69(6월10일)가 될 때까지는 외국인이 12조2157억원 순매도, 개인이 12조3201억원 순매수로 여전히 외국인 지속 매도, 개인 지속 매수 양상이 이어졌다.
이익 실현 후에도 외국인 매도 지속
과거 대폭락 시기에는 폭락 과정에 외국인이 매도했다가 바닥을 찍고 돌아선 뒤에 다시 사들였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바닥을 찍고 돌아선 뒤에도 외국인은 매도를 지속한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패턴이 나타내는 것을 개미의 승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외국인의 근래 매도에는 수익을 내며 파는 것들이 많다.이는 외국인의 주된 매도 대상 종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3월13일부터 6월10일까지 세 달 동안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누적순매도 규모는 14조7906억원인데, 삼성전자는 외국인 2조7166억원 순매도(개인 2조7232억원 순매수, 기관 1554억원 순매도), 삼성전자 우선주는 외국인 5892억원 순매도(개인 8616억원 순매수 기관 292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즉 외국인의 시장 전체에 대한 순매도 금액 중 23%가 삼성전자의 매도였다.
2019년 8월1일부터 올해 6월10일까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한 외국인의 누적순매도 규모는 총 9조7891억원에 달한다. 6월10일 기준 외국인의 삼성전자(5만5400원) 지분율은 55%로 줄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1만원대, 2만원대, 3만원대에 놓여있을 때 외국인의 지분율은 이미 50%를 넘었다.
즉 외국인 매도가 최근 고점 대비해서는 손절매로 보이고 실제로 일부 외국인 매매에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외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며 매도한 결과가 된다. 개인들이 많이 매수해줌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은 가격에 매도한 셈이다.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관건’
주식시장에서 투자주체를 구분해 어느 쪽이 ‘이긴다, 진다’는 표현을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는 일반적인 전투와 특성이 다르다. 동학농민운동이나 일반적인 전쟁에서는 궁극적으로 승리자와 패배자로 갈릴 수밖에 없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양측이 함께 잘될 수도 있고 함께 망할 수도 있다.국가경제가 장기적으로 좋아진다면 대부분 참여자들이 수익 얻기에 함께 ‘윈-윈’ 할 수 있다. 반면에 국가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증시의 장기 하락에 따라 결국은 참여자들 대부분이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러면 수익이 났을 때 누가 먼저 수익을 챙기고 빠져나오느냐의 문제가 된다.
투자 초기에는 수익을 내더라도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이번 동학개미운동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성패는 외국인과의 대결 구도에서 정해지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국가경제가 어떻게 돼 가는가에 달려있다.
한편 주식시장이 상승하더라도 손실이 나는 종목이 있고, 하락하더라도 오르는 종목은 있다. 기업의 실적이 어떻고 업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파악하면서 현재보다 미래에 좋아지는 기업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이라도 워낙 덩치가 큰 종목이므로 외국인이 계속 파는 한 개인들만 매수해 계속 오르기는 힘들 수도 있다.
개미투자자들이 과거와는 달리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주를 매수해 바람직한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되지만 초우량주가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3월10일 대비 6월10일까지 지수가 50.17% 오르는 동안에 삼성전자는 불과 22.47% 올라 성공적인 투자라 말하기 힘들다. 가장 바람직한 미래는 국가경제가 살고 삼성전자 실적이 꾸준히 좋아져서 떠나가던 외국인이 다시 삼성전자를 매수하러 돌아오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