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불씨 타오를까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선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그룹을 운영했다”며 공개비난에 나섰다. 예상치 못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돌발행동은 충격을 안겼다.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경영에 문제를 제기해온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았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계열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반도건설까지 합세해 반(反)조원태 세력인 3자 주주연합을 결성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경영일선에서 배제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지난해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뒤에도 그는 경영에 참여하지 못했다. 조원태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은 뒤 막내인 조현민 전 부사장은 한진칼에 복귀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차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조원태 회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3자 주주연합의 지분율이 오너 일가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기준 조 회장 측 한진칼 지분은 41.15%다.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 22.45%,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사우회 및 자가보험 3.80% 등의 지분율을 합산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일시멘트 등 지분율 0.66%의 우호지분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를 합산해도 41.81%에 불과하다. 3자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5.23%로 조원태 회장 측보다 3% 이상 많다.
이번 블록딜로 그동안 팽팽하게 이어지던 형제의 공동경영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전까지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지주사 보유지분은 각각 19.32%, 19.31%로 0.01% 차이에 불과했다. 아버지의 지분을 물려받은 조현범 사장의 지분은 42.9%로 늘었다.
업계의 시선은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에게로 향하고 있다. 조현범 사장의 지주사 지분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조현식 부회장의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조현식 부회장과 그 외 오너일가가 반(反)조현범 세력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물론 변수는 있다. 조현범 사장은 협력사로부터 금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받은 상태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될 경우 7.7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현범 사장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부분이다. 이 경우 경영권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위태로운 기업실적 회복 우선
조원태 회장과 조현범 사장에겐 경영권 분쟁이라는 잠재적 위험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바로 코로나19 관련 생존전략 모색이다. 두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코로나19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3523억원, 영업손실 5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22.7% 줄었고 영업이익 부문은 적자전환했다.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여객 부문이 전년대비 30% 넘게 감소한 탓이다.
한국타이어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1조4357억원, 영업이익 1058억원을 기록한 것. 이는 전년대비 각각 12.5%, 24.6%씩 감소한 실적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타이어 수요가 급감했고 전체 매출의 약 85%에 달하는 해외시장이 코로나19로 위축된 탓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양사의 실적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시장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은 기업의 경영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마이너스 요인”이라며 “경영권 분쟁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