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본주택을 가지 않고 본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직방과 다방의 등장으로 집을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다니던 시절이 저물더니 이제는 견본주택을 집에서 컴퓨터로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사이버 견본주택’의 등장 때문이다.올 초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가파르게 늘자 아파트 분양시장은 공급 일정을 미루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분양일정을 계속 미룰 수 없는 일부 아파트 사업장이 발빠르게 ‘언택트’ 마케팅으로 전환해 사이버 견본주택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로 북적이던 오프라인 견본주택을 열 수 없게 되자 사이버 견본주택은 분양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며 금세 시장 트렌드로 안착했다.
초반에는 사이버 견본주택이 익숙지 않던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컸지만 갈수록 이색 마케팅이라는 긍정적 인식이 자리하며 신선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았다. 지난 3월 중순 공급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는 사이버 견본주택 공개 첫 3일 동안 접속자수 15만명이 몰렸고 이어진 청약에서도 평균 72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돼 흥행 실패 우려를 불식시켰다.
두 단지 외에도 ▲매교역 푸르지오 SK뷰(145.7대1) ▲과천제이드자이(193.6대1) ▲힐스테이트 부평(84.3대1) 등도 사이버 견본주택을 통해 소비자와 만났지만 실제 견본주택을 능가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이버 견본주택의 밑바탕은 가상현실(VR)이다. 사전에 견본주택 내부를 촬영한 다양한 영상·사진을 360도 회전해가며 볼 수 있도록 구성해 마치 직접 방문해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시장에 안착한 지 불과 몇 개월 안됐지만 반응은 뜨겁다. 최근 직방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중 ‘앞으로 아파트 청약계획이 있다’고 답한 41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분양 트렌드 변화 설문 조사 결과 3835명(92%)이 사이버 견본주택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3835명 중 39%는 ‘시간 제약 없이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를 꼽으며 편리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궁금한 점 ‘유튜브’가 알려줘요
코로나19가 분양시장 트렌드를 언택트로 물들여 놓으면서 사이버 견본주택이 빠르게 확산된 가운데 건설업체는 또 다른 비대면 채널인 유튜브 방송 활용도 병행하고 있다.사이버 견본주택이 실물 견본주택을 영상·사진으로 촬영한 뒤 공간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유튜브 방송은 분양 관계자와 전문가가 출연해 소비자가 분양 아파트에 가졌던 다양한 의문사항 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물산은 자사 유튜브 채널인 ‘채널 래미안’을 통해 래미안의 특화설계와 첨단시스템을 비롯해 입주민의 단지 생활모습 등 고객친화적인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한다.
현대건설은 자사 유튜브 채널 ‘힐스 캐스팅’에 홍현희·제이쓴 부부를 출연시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를 안내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사이버 견본주택에서 확인할 수 없던 궁금증 해결에 나섰다.
포스코건설은 더샵 광주포레스트 분양 홈페이지에 인플루언서(유튜버, 인스타그래머, 파워블로거 등)와 함께한 분양 발표회를 공개한 바 있다. 영상에선 아나운서가 고객의 문의가 많았던 내용을 질문하고 분양 관계자 답하는 시간을 담아 궁금증 해소를 도왔다.
‘자이TV’를 운영 중인 GS건설은 유튜브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설업체다. 유명인을 앞세운 단순 홍보 콘텐츠가 아닌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세법이나 청약 주의사항, 인테리어 팁 등을 토크쇼 등 다양한 영상으로 풀어내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 결과 ‘자이TV’는 지난 6월 구독자 10만명 돌파하며 건설업계 최초로 실버버튼의 주인공이 됐다. 누적 조회수도 1000만회를 넘기는 등 유튜브를 활용한 언택트 마케팅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했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이버 견본주택과 유튜브 방송 등 언택트 분양시장은 코로나19가 촉발시킨 탓에 초반에는 우려가 많았다”며 “갈수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이제는 분양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