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3·4호기.© 뉴스1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118 대 16.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은 결국 증설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지만 지역 주민들은 압도적으로 '증설'해야한다는 의견을 보였고, 월성 원전은 '셧다운'(가동 중단)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는 경주 월성지역 시민참여단 145명을 대상으로 한 월성 원전 맥스터 추가 건설 찬반 조사 결과 찬성 81.4%(118명), 반대 11.0%(16명), 모르겠다는 7.6%(11명)로 나왔다고 24일 밝혔다.

그간 월성 맥스터 증설을 둘러싼 대립은 뜨거웠다. 월성 2~4호기 임시저장시설의 포화가 임박한만큼 증설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과, 주민 의견을 포함해 폭넓게 의견 수렴을 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 팽팽했다. '탈핵'을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경우 '원전 폐쇄'를 고려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출범한 재검토위가 원전 이해관계자들이 아닌 중립 인사들로 구성된 것에 대한 '탈핵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재검토위가 월성 원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려던 주민설명회도 이들의 주도로 인해 3차례나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월성 원전 기존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상태가 임박해왔다. 2022년 3월에 포화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원전의 '셧다운'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늦어도 8월까지 맥스터 착공에 들어가야했다. 재검토위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으로든 결론을 내야했기에 결국 주민설명회를 포기하고 시민참여단을 통한 공론화 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정정화 전 재검토위원장을 포함한 3명의 위원이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 전 위원장과 탈핵 시민단체는 재검토위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해야한다는 의견이었지만, 1년을 지체한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결국 키는 시민참여단에게 돌아갔다. 재검토위는 무작위로 모집한 지역 주민 3000명 중 참여의사가 있는 모집단에서 연령과 성별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반영해 150명을 선정했고, 이 중 5명이 개인적 사정 등으로 빠지면서 145명이 됐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3주 간의 숙의학습 과정을 거쳤고, 지난 18~19일 월성원전 부지 내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해 경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조사하는 종합토론회를 끝으로 공론화 절차를 모두 마쳤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145명 중 80%가 넘는 118명이 맥스터를 증설해야한다고 답했고, 반대 의견은 16명에 그쳤다. 애초에 숙의과정에 돌입하기 전 의견을 물었을 때도 과반이 넘는 58.6%가 '찬성' 입장이었지만, 숙의과정 이후 비율은 훨씬 높아졌다.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이던 시민들 중 많은 비율이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모듈형 임시저장소)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뉴스1

이에 따라 맥스터 증설은 가시화됐다. 남은 과정은 재검토위가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토대로 권고문을 작성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고, 산업부가 증설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이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관할 지자체에 증설관련 공작물 축조 신고를 하면 착공에 돌입하게 된다.
시민참여단의 찬성 의견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재검토위가 이에 배치되는 의견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인다.

김소영 재검토위원장도 지난 20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의견 수렴의 종합적인 검토와 위원들 간의 토론이 필요하기 때문에 찬성/반대 의견이 권고문 방향의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면서도 "찬/반 의견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재검토위는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의 공론화 작업까지 모두 마친 뒤 종합적으로 권고문을 작성한다는 계획이다.

전국민으로 구성된 501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중장기 관리방안 공론화'는 지난 10~12일 1차 토론회를 진행한 데 이어 다음달 1일 2차 토론회가 예정돼있다. 2차 토론회를 끝으로 월성 지역 공론화와 마찬가지로 시민 의견 수렴을 진행하게 된다.

중장기 관리방안 공론화의 의견 수렴에서 '압도적'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경주 월성 맥스터는 증설 절차에 돌입할 공산이 높다. 이 경우 월성 원전 셧다운의 '골든타임'인 8월말 이전에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탈핵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의 물리적 충돌 등에 대한 불씨는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24일 오전 경북 경주시 감포읍 복지회관에서 월성월성 원자력발전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에 대한 지역 의견수렴 결과 발표 기자회견 개최를 앞두고 찬반주민들의 충돌로 일정에 파행을 빚고 있다. 2020.7.24/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