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로드숍 화장품 업체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수익성 악화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온라인 중심으로 브랜드를 과감히 전환해야 하지만, 브랜드 성장에 앞장서온 로드숍 가맹점주들의 생존권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여전히 상생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올리브영이나 랄라블라 같은 H&B(헬스앤뷰티) 스토어가 등장하고 온라인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치명타를 입은 로드숍은 사실상 '계륵'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지지부진한 오프라인 로드숍
26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리따움·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미샤·네이처리퍼블릭 등 5개 주요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사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669개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점포 수 3043개에 비해 약 12.3%가 감소했다.
이처럼 2010년대 초반 명동·강남 등 국내 거점상권을 주름잡으며 K뷰티의 전성기를 이끈 대부분의 브랜드는 2016~2017년을 기점으로 로드숍 매장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로드숍 부진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H&B 스토어의 등장이다. 올리브영·랄라블라 등 화장품 편집숍의 등장은 생각보다 뼈아팠다. 한가지 브랜드만 취급하는 '원 브랜드숍'과 달리 인기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H&B스토어 특성상 매년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화장품 시장에서 로드숍을 밀어냈다.
결국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로드숍과 달리 H&B 스토어 시장 규모는 날로 커지는 추세다. 지난 2010년 2000억원 규모에서 지난 2018년 2조원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올해는 시장 규모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의 대중화는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신생 화장품 브랜드는 물론 H&B스토어 등 대부분의 화장품 판매 채널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의 매출이 떨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오프라인 실적이 지지부진한 것과 달리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매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25% 늘어난 12조 298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H&B 스토어의 등장으로 로드숍 화장품의 브랜드 경쟁력 자체가 낮아진 데다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로드숍 점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점점 로드숍 화장품 매장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경영난 호소하는 가맹점주들…고심 깊어지는 화장품업계
여기에 극심한 경영난에 가맹 점주들까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본사와 점주들 간의 마찰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가격이 로드숍보다 저렴한 탓에 고객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점주들의 입장이다.
지난해 발족한 '화장품가맹점주연합회'(화가연)도 화장품 본사와 간담회를 통해 협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온·오프라인 화장품 가격 조정을 두고 몇 차례 협상도 진행했지만 번번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전혁구 화가연 위원장은 "본사가 로드숍 점주들에게 제품을 정가에 팔도록 하면서 온라인에서는 가격을 낮추고 판매 품목을 달리해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그자체가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온라인 유통은 가맹점과 동일 가격·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로드숍 점주들은 매년 줄어드는 매출을 보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버티거나 폐업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전 위원장은 "한 달에도 로드숍이 열댓 개씩 없어지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곧 가정의 파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물론 화장품 업체들이 무작정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페이스샵의 경우 이달 초 고객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장품 가맹점과의 상생안을 내놨다. 다만 이는 소비자가 직영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가맹점이 매출과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인데, 대다수는 자사몰이 아닌 최저가 플랫폼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점주들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화장품업계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이다. 경쟁 화장품 브랜드들이 온라인 채널을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뒷짐만지고 서 있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 해서 과감하게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와 편집숍이 자사 온라인몰·이커머스부터 배달 플랫폼과 제휴해 다방면으로 채널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채널 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데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만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절충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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