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일 "7주 동안 실사를 한 상황에서 변화가 있다면 그에 대한 점검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머니투데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 KDB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인수 지연을 비판하며 재실사 요청을 거부했다. HDC현산은 여전히 "인수계약 의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HDC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9개월이 지나도록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은 최악으로 악화돼 사실상 무산이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채권단 "재실사 요구 거래지연 의도"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HDC현산의 인수 진정성이 없고 거래종결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채권단에 따르면 HDC현산은 7주 동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를 벌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7주 동안 실사를 한 상황에서 변화가 있다면 그에 대한 점검만 하면 된다"며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다만 협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최 부행장은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 후 영업환경분석 등 대응책을 마련해 제한된 범위의 논의가 가능하다"며 "인수 확정을 전제로 거래종결 확정을 논의한다면 적극 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HDC현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하며 인수 의사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사실상 계약 파기의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 항공업계 매출 급감과 주가 하락을 이유로 재실사를 요청한 상태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지불하기로 한 금액은 총 2조5000억원이다.

금호산업과 산은은 오는 12일 계약해지 통보가 가능하다고 판단, HDC현산도 이때까진 의사표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최 부행장은 "HDC현산이 대면협상에 응하지 않고 인수 진정성에 진전된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현재로선 무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인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플랜B에 대한 준비는 당연하다"며 "아시아나항공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이나 영구채 주식전환 등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HDC현산에 법적 책임이 있음을 경고했다. 매각 결렬 시 HDC현산이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대한 대비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잘못한 게 없다"며 "계약 무산의 법적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