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저는 첫째 아이를 낳은 2002년부터 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단지에 살았습니다. 20년 가까이 임대료가 한달 10만원대고 단지 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있어 아이 셋을 키우는 동안 쉬지 않고 맞벌이할 수 있었어요. LH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뉴스와 인터넷에서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거(LH 거지) 빌거(빌라 거지) 등의 말이 있는 것을 알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그런 일은 없다고 해 다행이에요. 철없는 아이들이 혹시나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행동을 교육할 책임은 어른에게 있는데 차별하는 말을 만들어내는 건 누군가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한국에서 도심 주택공급은 주택난 해소보다 ‘로또 아파트’ 양산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교통과 일자리, 교육 인프라가 몰린 도심에 아무리 많은 집을 지어도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적 문제다. 집을 가진 사람이 또 갖고 재테크에 이용하며 무주택자의 주거빈곤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장기공공임대주택뿐이다. 정부가 수도권에 공공임대를 포함한 대규모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임대주택 반대’라는 지역이기주의에 가장 먼저 부딪쳤다.
여당 의원 나서 정책에 찬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5년 국민 절반에 달하는 무주택 세입자의 25%가 공공임대에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정책 목표를 발표했다. 현재 한국의 공공임대 비율은 7% 안팎이다.
당정이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 확대를 정권 후반기 최대 목표로 세우고 각종 지원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여당 중진 의원이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 의원뿐 아니라 김종천 과천시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등도 나서서 자기 지역에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실제 소셜믹스의 동대표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 말을 들어보면 임대주택 차별이 없고 설령 있다고 해도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데 선입견의 문제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집값 하락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임대주택이 실제 집값 떨어뜨리나?
서초네이처힐 1단지 실거래가를 보면 전용면적 84㎡ 기준 지난 6월 14억5000만원(2층) 수준을 기록해 입주 1년차인 2013년 5억3720만원(2층) 대비 9억1280만원(169.9%) 올랐다. 비슷한 시기 입주한 서초힐스를 보면 2014년 6월 3억7697만원(24층)에서 올 6월 13억1000만원(19층), 14억원(21층)으로 9억~10억원 올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초네이처힐 가격이 적게 오른 건 아니다”라며 “서초구의 다른 단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는 있지만 우면동의 경우 교통 접근이 강남 대비 나쁜 편이라서 덜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논문 ‘공공임대주택이 주택매매 및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2010~2014년 서울시 자료 분석 결과 공공임대가 전셋값을 하락시키는 반면 매매가는 상승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임대를 저소득층의 영구임대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건 이런 사회적 인식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임 교수는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임대주택타운이 실제 슬럼화된 실패 사례는 있다. 유럽에선 성공적인 모델”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재정 투입을 확대해 질 좋은 임대주택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