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발전 가로막는 지역이기주의③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7월23일 전주시청에서 '역세권-가련산공원 아파트 건립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1 유경석 기자

판교 공공임대 분양전환 사태로 정부는 10년 임대 후 분양방식을 중단하기로 했다. 10년 동안 낮은 임대료로 주거안정을 보장받던 세입자가 분양전환 과정에서 분양가를 감당못해 내쫓기는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유형 통합을 추진, 20년 이상 장기임대 운영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내놓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역시 의무거주 5년·전매제한 10년으로 설계돼 다시 시장에 매각될 가능성을 남겨놓았다.

공공의 땅을 개인에 매각… 말이 되나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대해 “시세차익이 기존 분양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민간이 공공과 지분을 나눠 갖고 매각해도 이익을 절반 공유해야 하므로 전매제한이 끝난 후에 팔 수 있다고 해도 시세차익을 반만 가질 것인지 10년을 더 기다려 수익을 높일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익성을 좇는 공공임대는 주거복지의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이 소유한 땅을 언젠가 개인에게 매각하는 지금의 방식은 형태만 다를 뿐 결국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토지는 공공이 갖고 건물만 조성원가 기준으로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 실수요자만 분양받고 제3자에게 매각을 불허해 공공이 재매입하는 환매조건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래픽=김민준 디자인 기자

공공부채 회계기준 문제없나

정부가 공기업의 부채 문제를 지적함에 따라 공공임대는 점차 분양전환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장기임대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 공공부채를 늘린다는 이유다. LH 부채비율을 보면 2015년 375.8%에서 지난해 254.2%로 121.6%포인트 낮아졌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공공임대 중에 30% 이상이 분양전환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분양전환은 사실상 공공임대라고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

임재만 교수는 “공공임대의 보증금을 부채로 계상하는데 현행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공공성 평가보다 수익성 평가 즉 재무제표 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치중하는 건 잘못됐다”며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회계 투명성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라 부채 관리가 불가피하겠지만 회계상 비이자부채를 분리해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2011년 IFRS 도입 이전에는 입주율 90% 이상이 되면 국민주택기금과 보증금을 부채에서 제외하는 것이 가능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계의 기본으로 보면 임대주택 보증금이라도 반환 성격을 가졌으므로 부채인 것은 맞다”며 “주체가 공공이라고 해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경우 분식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 교수는 “구분회계를 통해 신용등급과 자금조달에 영향이 없도록 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에도 공공임대의 재정 현실화를 위한 회계시스템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공임대 보조금을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지원하려면 분양과 임대주택사업의 구분회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래픽=김민준 디자인 기자

LH-SH 수익성 격차 왜?

LH에 따르면 올해 자산은 176조원, 부채는 126조원이다. 하지만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비이자부채, 즉 보증금은 전체 부채의 절반 수준인 60조원이다. LH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주거복지사업과 수익성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공기업 부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기업의 영속성이 중요해진 만큼 수익사업을 통해 자가발전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토나 리츠 등의 방법을 통해 비용 지출을 감소하는 방법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LH의 경우 보유부지를 매각해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수익사업의 비중이 커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LH 관계자는 “수익사업 비중을 정량화할 순 없지만 전체 당기순이익이 나는 것을 감안할 때 주거복지사업의 적자를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H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말 2조2447억원이다.

반대로 수익성이 낮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재정을 투입해 20년 이상 장기임대 방식을 배제하는 이유에 대해 부채 증가와 공채 발행의 어려움, 재정난 등의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SH는 올해 영업비용과 법인세, 부채상환 등을 포함한 지출이 6조1087억원인 가운데 영업수익은 3조2239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