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의 발언이다.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차지했듯이 앞으로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비전 달성은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에 손발이 묶였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방침을 권고했지만 이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지연됨에 따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앞서 수사심의위는 6월26일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표결에 참여한 위원 13명 가운데 10명이 불기소와 수사중단에 찬성했다.
압도적인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검찰은 50일 넘게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의결을 통상 1~2주 내에 따랐던 점을 감안하면 수십여일째 결정이 지연되는 현 상황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기소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도, 수사심의위과 수사중단과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도 검찰의 결정적 증거 부재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물론 수사심의위 의견은 권고사항이라 검찰이 강제로 따를 필요는 없으나 이번 결정을 수긍할 경우 지난 1년7개월 간의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반면 따르지 않을 경우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외부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하면서까지 무리한 편파수사를 이어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의 고심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혐의는 일부 인정하지만 기소는 하지 않는 ‘기소유예’설도 제기된다. 검찰은 기소유예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긋지만 수사심의원회의 권고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수사에 대한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는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꼽힌다.
검찰의 장고에 삼성의 고민도 함께 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운신에 따라 앞으로 계획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비롯한 미래먹거리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과감한 투자가 바탕이 돼야 해서다.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 속에서도 연일 현장경영을 통해 임직원을 다독이며 차질없는 대응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행보로 보인다.
검찰의 침묵이 길어질 수록 삼성의 불확실성은 커진다. 이로 인한 손실은 검찰이 아닌 삼성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수사심의위가 이미 불기소 권고를 내린 만큼 검찰은 조속히 이를 수용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