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운전자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대리운전 가능한가요?”
대다수 대리운전 콜센터에선 이 같은 질문에 당황한다. 간혹 콜센터 직원이 “가능하다”고 답하는 곳도 있지만 이 역시도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답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수소전기차의 의무 안전교육 실효성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무의미한 의무교육을 폐지하자”는 자동차업계와 “이제 도입단계인 데다 일반 차종보다 더 큰 안전성이 요구되는 만큼 현행 의무교육을 유지해야 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한국가스안전공사)가 맞서는 사이 렌터카와 대리운전 등 관련업계는 물론 차 구입자도 불만을 나타냈다. 자동차업계에선 과거 LPG(액화석유가스) 차의 안전교육을 둘러싼 논란과 판박이란 지적도 나온다.

케케묵은 규정, 혼란만 키워





2018년 12월10일.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던 ‘LPG 자동차 운전자 안전교육’이 34년 만에 폐지됐다. 이전까지 LPG 차를 운전하기 위해선 ▲LPG 연료의 특성 ▲LPG 자동차의 구조와 기능 ▲안전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2시간 분량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LPG 차 운전자가 실제 교육을 이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데다 기술의 발달로 다른 연료와 안전성 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아 해당 규제는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소전기차의 의무 안전교육을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교육을 실시하는 가스안전공사는 단속 권한이 없다. 교육은 의무지만 운전자가 무시하면 그만인 것이다. 공사 관계자도 “사고가 났을 때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실을 따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일반인이 단속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소충전소 앞 넥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수소전기차를 구입한 운전자는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구입 후 한 달 이내에 3시간짜리 사이버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비용은 2만1000원이다. LPG 차와 마찬가지로 운전자가 대상이어서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차를 몰기 위해선 반드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다른 이의 차를 대신 운전하는 대리운전 기사는 물론 가족의 차를 잠깐 몰아야 하는 경우나 렌터카를 빌려 사용할 때도 해당된다. 의무 안전교육을 받지 않고 수소전기차를 몰다가 적발되면 해당 운전자에게 ▲1회 150만원 ▲2회 200만원 ▲3회 300만원 등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이유로 수소전기차의 의무 안전교육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는 “같은 논리라면 전기자동차도 운전자 대상 고압전기 관리에 관한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게 맞지 않냐”며 “교육대상을 구매자 기준으로 바꾸거나 아예 없애는 등 현실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선 영업현장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1990년대 LPG 차는 영업용 택시 또는 국가유공자나 장애인이 휘발유차를 개조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당시엔 안전교육의 필요성에 설득력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 수소전기차의 의무교육은 규정과 해석이 모호해서 혼선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수소전기자동차 넥쏘 인테리어.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법규 유연 적용해 교육은 유지?



국내 판매 중인 승용 수소전기차는 현대자동차의 ‘넥쏘’가 유일하다. 출시 첫해인 2018년 727대에 이어 지난해 4194대가 팔렸고 올 7월까지 판매된 3312대를 포함해 국내에서 모두 8233대가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사를 통해 수소 등 고압가스 안전교육을 받은 인원은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3504명에 불과하다. 수소전기차 구입자 만을 따져도 판매대수보다 교육이수자가 1417명 적다. 공사 관계자는 “CNG(압축천연가스) 등 도시가스차 운행교육을 받은 운전자(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6만5882명)는 수소전기차 운행 교육이 면제돼 일부 수치가 중복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도 의무교육을 유지하는 데 대해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안전교육원은 수소전기차 연료인 수소가 위험성이 높은 ‘고압가스’라며 안전교육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교육원 관계자는 “수소 등 고압가스의 범위는 안전관리법에서 정의하며 관련 연료 사용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을 따르기 때문에 관련 법령에 따라 수소전기차 운전자에게 1회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는 수소전기차의 보급 시점에 주목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수소전기차가 본격 보급된 시점은 2018년 3월 LPG 차 관련 규제가 점차 풀리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며 “가스안전공사가 폐지된 LPG 교육 대신 수소 안전교육에서 수익 모델을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넥쏘에 수소를 충전하는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논란이 이어지자 가스안전공사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등에 맞춰 유연성을 보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법적으론 교육이 의무지만 그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란 이용자 의견이 많아 수소전기차를 꾸준히 운전할 필요성이 있을 때 교육을 받는 쪽으로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선 모호한 해석으로 인한 소비자 혼선이 계속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행 수소 안전교육이 LPG 차 의무 안전교육의 단점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며 “사고가 나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식이 아니라 제도를 현실에 맞춰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용주 교수는 “산업용인 경우 별도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지만 범용 수송에너지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달리는 발전소 ‘수소전기차’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만드는 수소전기차는 달리는 발전소다. 수소 탱크에서 공급받은 수소와 외부에서 끌어온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들며 부산물은 물(수증기)뿐이다. 수용액에서 수소와 산소의 전자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를 ‘스택’이라고 한다. 이 장치의 효율을 높이는 게 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는 전기로 변환돼 모터를 움직이는 데 쓰인다. 수소 탱크의 안전성을 위해선 불에 집어넣거나 총을 쏘는 등 다양한 인증시험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