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베어스와의 경기를 위해 버스에서 내려 짐을 챙기고 있다. 2020.9.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막을 올린 한국 프로야구. 순항하던 KBO리그에 위기가 닥친 것은 지난달 31일이었다.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투수 신정락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신정락의 소속 구단 한화는 물론 한국야구위원회(KBO), 나머지 9개 구단 모두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날인 1일, 한화 2군 선수단 내에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개막 4개월여 만에 리그 중단 위기감이 고조됐다.

천만다행으로 위기가 봉합되는 분위기다. 한화의 2군 선수단, 그리고 신정락이 접촉한 LG 트윈스의 2군 선수단에서 더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KBO는 한화와 LG가 속한 퓨처스 북부리그를 잠정 중단했지만 1군 리그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프로야구뿐만이 아니다.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는 확진되면 주변에 피해를 준다. 발발 초기부터 집단 감염이 발생한 종교 단체에 국민적 분노가 향하는 이유다. 단, 공분을 사는 데는 조건이 있다. 방역 의무에 소홀했을 경우다.

개막 이후 프로야구는 KBO가 내놓은 매뉴얼을 기반으로 철저한 방역 관리를 해왔다. 그 덕분에 그동안 큰 위기 없이 리그를 진행할 수 있었다. 프로야구의 개막은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에게 활력을 제공했다. 스포츠 관람이 이른바 '코로나 블루'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의 목소리도 들린다.

공든 탑이 무너질 뻔했다. 한화 구단의 대처가 아쉬움을 남겼다. 신정락이 31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까지 그 사실을 KBO에 알리지 않았다. 명백한 잘못이다. 한화 구단도 "KBO에 보고가 늦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보고는 같은 날 오후 신정락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야 KBO에 닿았다.


자칫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뻔한 대응이다. 신정락은 25일과 26일 서산구장에서 LG 선수들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만약에 신정락과 접촉한 LG 선수가 1군 선수단에 섞여 들어갔다면, 그리고 만약 그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신정락의 감염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비난이 미칠 곳은 여기까지다. 한화 구단의 선수단 관리 소홀은 원칙적으로 지적받아 마땅하다. 확진자 발생으로 리그 전체에 우려와 민폐를 끼친 점, 늑장 대응이 화를 키울 수 있었다는 점 또한 마찬가지다. 앞으로 철저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선수를 향한 마녀사냥을 경계해야 할 때다. 확진자의 실명이 공개된 것부터 개인 정보와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확진 선수는 죄인 취급을 받는데 얼마나 힘들겠냐"고 우려하는 타 구단 감독의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2일 오후에는 신정락이 동료 선수들과 고기·음주 파티를 벌였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한화 구단에 확인한 결과 선수 6명이 숙소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맥주 2병을 나눠 마신 것이었다. 파티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다.

이들 모두 야구장에서 함께 밥을 먹고 훈련하는 사이다. 외부 음식점에 출입해 음주를 즐긴 것도 아니고, 위험을 피하고자 일부러 숙소 옥상을 선택했다. 일상생활의 연장선과도 다름없었던 저녁 식사 자리가 과장돼 알려졌다. 확진자를 향한 마녀사냥이다.

누구라도 확진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프로야구계에는 알려지지 않았을 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속출하는 확진자 중에는 지탄받을만한 행위가 확진의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구성원 모두가 방심 없이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이 무사히 시즌을 마치는 길이다. 누군가를 욕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확진자라는 이유만으로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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