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로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장)를 선정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달 1명씩 선정해 과학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는 시상이다.
김 박사는 200년 수명의 초고강도·고내구성 슈퍼콘크리트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세계 최초의 교량과 빌딩을 건설해 실용화를 촉진, 한국 건설기술의 위상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래 건설·구조물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같은 스마트 환경을 지원하는 동시에 다양한 디자인의 건물 구현, 높은 내구성, 편리한 시공기술이 요구된다. 한국은 시공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지만 재료·구조 분야에선 발전이 더뎠다.
김 박사는 자갈 대신 마이크로·나노 물질과 강섬유를 사용해 조직이 치밀한 초고성능 콘크리트를 개발하고 ‘슈퍼콘크리트’라고 이름 붙였다. 슈퍼콘크리트는 압축강도 80~180메가파스칼(MPa), 수명 200년으로 일반 콘크리트 대비 강도 5배, 수명 4배가 향상됐다. 제조원가는 50% 줄여 경제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레미콘 트럭 믹싱과 일반 양생으로 시공하는 건설기술을 확보하고 다양한 재료실험을 통해 구조설계 지침을 마련했다. 나아가 세계 최초 초고성능 콘크리트 도로 사장교인 춘천대교(2017년), 세계 최초 빌딩인 코스모스 리조트(2017년), 한국 기술로 미국에 세운 최초의 교량 호크아이브릿지(2015) 등의 건설에 성공했다.
김 박사는 “세계 최고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을 위해 연구진이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결과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인터뷰] "지구 마지막 분단지역 한반도에 평화의 다리 짓고 싶다"
연구자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같은 일을 하면 안되는 직업입니다. 연구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프로의 세계고 같은 일을 해도 국가적으로 더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슈퍼콘크리트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 등 많은 성과를 도출했습니다. 먼저 재료적인 측면에서 강도가 일반 콘크리트의 5배 이상, 내구수명 200년 이상 등 세계 최고 성능을 확보하면서 제조비용을 해외 동급 콘크리트 대비 50% 이상 절감시켰습니다.
그리고 5000개 이상의 다양한 시편과 구조 부재의 시험과 신뢰성 해석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적용이 가능한 슈퍼콘크리트 설계기준을 개발하고 콘크리트와 철근 물량을 30% 이상 저감시켰습니다. 공사비용을 기존 경쟁기술 대비 10% 이상 절감시킨 최적의 슈퍼콘크리트 구조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 적용 실적이 없으면 소용없습니다. 현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안 쓰려고 합니다. 혁신기술일수록 더 그렇지요. 말로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세계 최초로 슈퍼콘크리트를 적용해보자”고 하면 하나같이 “외국 사례가 있나?”, “해외에서 먼저 하면 그 다음에 해보자”고 합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물 연결 보도교를 슈퍼콘크리트 사장교로 건설했습니다. 비록 소규모지만 세계 최초 UHPC 사장교 입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다리를 건설하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미국 연방도로청과 아이오와 교통국에 가서 슈퍼콘크리트를 소개하고 기술 인증을 받은 후 아이오와주 뷰캐넌 카운티에 있는 호크아이 브릿지를 180MPa 슈퍼콘크리트로 교체했습니다.
이것은 놀랍게도 일반 콘크리트와 강교를 합쳐 우리나라 기술로 건설한 미국 최초의 교량입니다. 현장의 니즈는 현장 종사자들이 더 잘 압니다. 산학 협력이 중요한 이유지요. 저를 포함한 연구자들은 실용화 대상을 교량이나 건축물에 한정해 생각했는데 현장의 요구를 수렴해 그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일례로 돼지와 소를 키우는 축사도 슈퍼콘크리트로 짓는 것입니다. 국내 최초로 돼지 축사를 콘크리트 방식으로 건설한 중소기업 사장이 슈퍼콘크리트 기사를 보고 찾아왔습니다. 일반 콘크리트로 지은 축사는 돼지 오물로 인해 화학적인 부식이 빠르며 고압세척 시 수명이 단축되고 배수로가 막히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슈퍼콘크리트 축사는 부식 저항성이 뛰어나 수명도 2배 이상 길고 경제적입니다.
국내에 ‘차도 블록’을 처음 도입한 분이 슈퍼콘크리트를 접목한 ‘슈퍼블록’을 개발했습니다. 도심에 ‘과속 방지턱’ 대신 내구성이 뛰어난 슈퍼블록 포장을 하면 파손 방지 등에서 유리합니다. 이처럼 살아있는 기술의 실마리는 연구진이 아닌 현장 종사자분들의 머리에서 나옵니다. 두바이의 버즈할리파,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 같은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한국의 건설기술로 탄생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이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시장을 개척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기술과 실적을 확보하려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돌아보니 5년 정도 한 분야를 열심히 파면 국내에서 알아주고 10년을 하면 외국에서 알아주고 15년 이상하면 일부 영역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연구 환경에서는 이런 길을 걷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중복 연구’를 금지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중복 연구를 해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연구자가 같은 내용을 중복해 연구하겠습니까? 같은 분야 연구를 하는 거죠. 중간 결과가 좋고 시장 효과가 크다면 같은 길을 계속 가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1위에 올랐다고 연구개발을 안합니까? 정상에 서면 더해야 합니다.
북한이 개방의 길을 걸을 때 가장 먼저 시작되는 사업이 인프라 건설입니다. 베트남과 미얀마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북한의 인프라 건설은 국제금융재원과 민간자본이 투입되고 건설자본과 기술이 결합한 국제 경쟁과 입찰로 진행될 것입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유럽·미국·일본 등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저의 세가지 꿈은 세계 최초 UHPC 사장교를 짓는 것, 세계 최대 경간장의 콘크리트 교량을 슈퍼콘크리트 기술로 짓는 것, 마지막은 ‘슈퍼콘크리트 기술로 남북을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를 짓는 것’입니다. 앞의 둘은 이미 이뤘습니다. 1㎞ 사장교를 지으려면 100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정부 예산이 아닌 전세계 사람들의 1㎜ 기부를 통해 평화의 다리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1㎜에 100달러, 10만원 정도입니다.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지구상 마지막 지역 한반도에 세계 인류의 평화의 염원을 담은 다리를 건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