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지역본부 김포사업단 건축감독과장이 일하는 경기 김포양곡 E-1 블록 현장은 임대주택 품질제고를 위해 '건설품질명장제'를 도입한 사업장이다. /사진=김노향 기자
동이 트려면 한 시간 이상 남은 어두컴컴한 새벽 5시. 7살과 3살 아이들을 키우는 맞벌이 직장인 설아(37)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지역본부 김포사업단 건축감독과장은 매일 아침 서울 노원구 집에서 두 시간 떨어진 경기 김포양곡 E-1 블록 현장으로 출근한다. 이 현장은 LH가 ‘품질 높은 임대주택’을 만들기 위해 ‘건설품질명장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이다.
2017년 시행된 LH 건설품질명장제는 “부실시공을 예방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명품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숙련 기능인력 양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다. 대한민국 어느 건설현장보다 관리감독자의 투철한 시대적 사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설 과장은 김포양곡현장의 건축감독관. 그는 “국민이 안심하고 사는 임대주택을 만들고 현장엔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목공·타일분야 ‘1인자’… 건설현장에 ‘명장’이 있어?

“5~6년 전 제가 사는 동네에 10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주민들은 ‘임대주택 건립반대’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고 서명운동을 하러 다녔죠. 임대주택엔 이상한 사람들이 입주하니까 동네가 슬럼화돼 집값도 떨어진다는 이유였어요.”

설 과장은 ‘임대주택=못사는 사람들의 집’이란 인식을 가진 이웃을 실제 목격하며 답답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정작 LH 사내커플인 자신도 임대주택의 높은 청약경쟁률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고 아쉬워했다. 무턱대고 임대주택을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사회 인식 탓에 사업 시행자 소속 직원으로서 회의감도 들었다. 심한 경우엔 이미 착공된 공사가 주민 민원으로 취소된 적도 있다.


2007년 LH에 입사해 올해로 경력 14년째인 설 과장은 하자보수 민원업무를 맡으며 남들은 잘 모르는 고충을 겪었다. 그는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니 감정노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사람이나 다짜고짜 욕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한번은 아파트 현관문을 교체해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보수기간이 지났고 기능을 상실한 정도의 파손이 아니어서 규정상 교체가 불가했다. 전화통화와 서면으로 민원처리를 하다 보니 서로 감정이 격해져 직접 세대에 방문해 대면하기로 했는데 같이 나선 상사가 친근하고 명확하게 설명하자 민원인을 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고. 설 과장은 “민원업무가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지나치게 사무적인 마인드만 가졌던 게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주민 반대에 부딪쳤던 행복주택은 청년과 대학생이 무사히 입주하고 기존 주민과 입주자 모두 만족해 보람도 느꼈다”며 “작은 민원업무부터 좋은 품질의 임대주택을 짓는 일까지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선 지속적인 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이 일하고 싶은 현장 됐으면”

건설인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현장엔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부실시공과 건설산업의 경쟁력 저하, 우수기능인 유출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발생시켰다. 건설품질명장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만들어졌다. 품질 개선을 위해 시공결함을 발생시킨 시공사에 제재를 강화하는 것만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품질명장제를 도입한 현장에선 아파트 품질과 직결되는 주요 공종 10개 부문(단열결로·방수·도배·타일·가구·조경·바닥재·승강기·소방설비·실시설계)의 명장을 선정해 작업에 투입한다. 설 과장은 “현장마다 10명 안팎의 명장이 있다”고 소개하며 “이들이 전문직으로서 우대받을 수 있을 때 국내 건설기술이 발전하고 건설산업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계속되는 건설경기 부진을 비롯해 직업 전망의 불확실성 증가로 건설현장 일자리에 대한 청년의 기피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미래의 명장을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는 청년이 많을 뿐 아니라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설 과장은 “건설기능인의 고용 안정과 복지가 지금보다 향상돼야 더 많은 신규인력이 현장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이런 사회적 요구에 맞춰 이론만이 아닌 실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H 명장들의 키움 현장인 ‘소명터’는 특성화고 졸업예정자와 일반인 23명을 대상으로 현장 실습과 경험 중심의 교육을 지원한다. 전원 수료 및 50% 이상 취업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LH 고객품질혁신단 소명터는 최초 운영성과 분석과 미비점 보완을 통해 인원·공종·교육기간 등을 개선해 진정한 ‘명인’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설 과장은 “회사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기능인력 육성과 처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 노력을 하는 만큼 미래에는 건설산업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시대엔 저마다 다른 이유로 힘들고 경기 불안과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큰 것 같아요. 맞벌이인 저희도 전세를 살며 주말부부를 하는데 얼마 전엔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에 친구가 한명도 안 와서 속상하다는 말을 듣고 펑펑 울었어요. 임대주택이 내집 마련 때문에 힘든 국민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