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하려면 지분요건 충족해야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 3사 합병을 위한 첫 단추로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가진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4% 가운데 24.33%를 현물출자해 지주사 구조로 개편했다. 지주사는 지배회사나 모회사로 불리는 지배구조 최상층의 회사다.
셀트리온그룹은 내년까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와 셀트리온홀딩스를 합병해 지주사 체제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하는 시기에 3사의 합병도 추진할 계획이다.
따라서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는 서 회장→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으로 바뀌며 서 회장→셀트리온헬스케어 지배구조는 서 회장→지주사→합병회사로 단순화된다.
다만 셀트리온이 지주사 전환을 택한 이상 지분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지난 7월 입법 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의 상장사 지분율은 현행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는 40%에서 50% 이상으로 강화된다.
내년에 있을 ‘합병 후 홀딩스’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셀트리온 지분 9.97%와 헬스케어 지분 5.67%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것. 결국 개정안의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을 만족하려면 수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합병 방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이른 해석은 자제하자는 취지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합병 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1년의 기한이 남은 만큼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사 합병 이면에는…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2017년 7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코스닥에 상장하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나온 것이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였다.
셀트리온이 당초 셀트리온헬스케어라는 법인을 분리한 이유는 의약품을 만들어도 사줄 곳이 없어서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에 뛰어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바이오시밀러사업이 생소한 데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분리돼 생산개발과 유통판매로 역할을 나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유통사로서 판매를 담당하며 제품 판매 리스크를 부담한 셈이다.
하지만 서 회장이 직접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오히려 일감 몰아주기라는 논란을 마주하게 됐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사업 초기에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며 “약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어 직접 만들어서 팔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으로 생산과 판매를 한 회사가 맡으면서 그동안 발목을 잡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셀트리온 합병 후 재고자산에 대한 처리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셀트리온으로부터 사들여 보관 중인 바이오시밀러 재고자산이 1조7828억원이나 된다. 셀트리온은 재고자산이 상반기 기준 3570억원이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이후 재고자산을 이양할 경우 누적 재고자산은 2조1398억에 달한다. 셀트리온 매출 대비 약 30%대를 유지해오던 재고자산이 합병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재고자산을 회사가 다 처리하지 못해 평가 가치도 떨어질 위험성도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재고자산을 ▲물리적 손상 ▲진부화 ▲판매가격 하락 ▲원가상승 등의 저가법(원가와 시가를 비교해 낮은 쪽을 선택 평가하는 방법)을 적용해 순실현 가능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점으로 재고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내부거래로 인해 ‘매출 부풀리기용’ 재고 떠넘기기 논란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램시마SC’ 발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고자산이 늘어났다”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양상을 봤을 때 앞으로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장 다른 주주들
이번 3사 합병은 회사 자체로 본다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합병에 대한 기존 주주의 찬성표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소액주주 비율은 각각 ▲62.97% ▲52.39% ▲45.01%로 다른 상장사 대비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합병에 주주의 역할이 크다. 3사 각각의 주주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서 회장도 합병과 관련해선 지속적으로 ‘주주가 원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만약 주주의 반발을 마주할 경우 합병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합병의 최대 관건은 반대 주주를 설득하는 일”이라며 “합병안에 따라 추가 반발을 살 수 있는 만큼 이해관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