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3사가 모두 떠난 풍력시장을 유일하게 지키고 있는 곳이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 풍력 기술 개발에 착수해 현재 자체 기술과 실적을 보유한 국내 유일 해상풍력발전기 제조사다. 제주도와 서해 등 전국에 약 240메가와트(㎿) 규모 풍력발전기 79기 공급 실적도 갖고 있다. 서남권 해상풍력(60㎿)과 제주 탐라 해상풍력(30㎿)을 비롯해 총 90㎿ 규모의 국내 해상풍력발전기가 모두 두산중공업이 생산한 제품이다.
석탄·원자력에서 해상으로… 제2 도약
석탄화력과 원자력 중심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그룹 재건을 모색해온 두산중공업이 다시 한 번 풍력사업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그린뉴딜 분야의 한 축으로 풍력발전을 꼽으면서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서다.
집중하고 있는 것은 해상풍력이다.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육상(5.7GW)보다는 해상풍력(12.0GW)에 보급 목표치를 더 높게 잡고 있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규제가 덜한데다 대규모로 발전량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기업 중 해상풍력에 가장 앞서있는 업체다. 수주실적만 놓고 봐도 그렇다. 지난해 말 해외 선도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100MW 한림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17년에는 국내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인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를 준공했고 2015년에는 서남권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위한 시범단지에 3MW급 풍력발전기 20기를 공급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자체 기술력도 갖췄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6월 국내 기업 최초로 5.56MW급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해상풍력에 고풍속·고효율 모델.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국제기술인증도 획득했다. 여기에 더해 8MW급 해상풍력 특화 대용량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이 제품은 국내와 같이 비교적 풍속이 낮은 저풍속 환경에 최적화됐다. 평균 풍속 6.5m/s의 환경에서도 최소 30% 이상의 이용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풍력터빈 제조사 한 관계자는 “해상풍력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선 국내 기준 최소 30% 수준의 이용률 달성이 필요하다”며 “고풍속 지역에선 발전기 크기를 증가시키고 설치 수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내처럼 저풍속 지역에선 두산중공업처럼 풍력발전기 로터 직경을 증가시켜 발전량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효과적으로 단지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으로 최적의 운영·관리(O&M) 역량을 보유한 방증이라는 평가다. 두산중공업은 O&M 역량을 높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ICT 기반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Wind Supervision)을 활용한다. 실시간으로 발전량과 풍력발전기 운전 상태 등을 활용하고 주요기기 상태를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풍속별 최적화 발전량을 제공하는 Power-up 솔루션, 스마트 정비 등을 더해 사업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AI 기반의 고장 진단 솔루션 등 디지털 솔루션도 현재 개발 중이다.
연매출 1조원 산업으로… 고용창출도 기여
두산중공업은 이 같은 강점을 살려 실적 개선도 예고했다. 해상풍력을 2025년까지 연매출 1조원 이상의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 이를 위해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 풍력기술 개발 착수 이후 지금까지 약 1800억원 규모의 투자활동을 이어왔다. 최근 본격적인 국내 해상풍력 시장 확대 추세에 맞춰 R&D 신제품 개발과 생산시설 구축 등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풍력발전기의 국산 부품 사용률은 70%에 이른다.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블레이드와 타워 등 부품 생산에는 400여개 국내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연간 1GW 규모로 풍력발전 생산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직접 인력 1000여명, 협력업체 포함 약 1만7000명의 고용 창출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산업 발판 기지… 넘어야 할 외산의 벽
업계에선 두산중공업이 국내 풍력산업의 ‘발판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대규모 공급기회를 얻어 경험치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어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풍력발전 ‘국산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높은 편이지만 100% 국내 제조사를 위한 시장은 또 아니기 때문. 두산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덴마크 베스타스 등 외산 제조사들에게도 기회가 열리는 일이다.
20년 후발주자인 두산중공업이 선두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3년으로 좁히긴 했지만, 아직까진 기술과 가격 경쟁력면에서 외산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하는 풍력산업 특성상 더 그렇다. 하지만 이럴수록 정부가 나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다져줘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풍력기업도 자국시장에서 1GW 이상의 안정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이력이 있다”면서 “남은 기술차이를 극복하고 수출산업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정부차원의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이 투여돼 국내에서 키워야하는 미래산업을 국내에 미치는 산업효과나 고용창출 효과도 없는 해외업체에 넘길 필요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1메가와트(㎿) : 가구당 한 달 평균 소비 전력량이 대략 300킬로와트시(㎾h). 순시 소비전력은 300kWh/(30일X24시간)으로 계산하면 가구당 평균소비전력은 420와트(W)정도. 따라서 1㎿는 2381가구(1㎿/420W)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