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택배 업계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로사로 사망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CJ대한통운에 이어 한진택배, 자체 배송 서비스를 가진 이커머스 쿠팡에서 택배물류 관련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이들의 사망을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택배사는 '택배 노동자와 우리는 계약 관계가 아니다' '정해진 근무 시간을 지켰다' '언론에 왜곡됐다' '지병이 있었다' 등의 이유를 들며 억울한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 물량이 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가 가중돼 과로사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끊이지 않는 택배물류 노동자들의 사망. 택배노조와 택배사의 갈등은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강제 신청" vs "있을 수 없는 일"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씨는 지난 8일 저녁 7시30분쯤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업무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뒤 사망했다. /사진=뉴스1

지난 8일 저녁 7시30분쯤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업무 중이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씨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사망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지병이 없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밤 9~10시 퇴근했다. 일일 평균 약 400건을 배송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택배노조와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김씨의 장례식장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호소했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부친은 "(김씨가) 평소 파란색 CJ대한통운 작업복을 항상 꿰매 입을 만큼 아끼고 아껴가며 생활을 이어갔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의 사망 이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씨가 생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해 과로사 판정을 받아도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리점에 의해 대필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대리점주는 '뉴스1'을 통해 "마녀사냥을 당하는 기분"이라며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지난 7월 입직자 4910명 중 64.1%(3149명)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강제로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지금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환노위는 오는 21일 CJ대한통운 현장시찰에 들어간다.

"맡은 일 많아" vs "포장 지원 업무만해"



쿠팡 칠곡물류센터 일용직 근로자 장덕준씨 사망과 관련해 노조와 쿠팡이 다른 입장을 보였다. /사진=뉴스1

본지는 지난 16일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용직 근로자 장덕준씨(27) 사망과 관련해 유가족 인터뷰를 보도한 바 있다. (해당 기사 : [단독] 쿠팡 사망 근로자 유족 "아들, 쉬는 시간 없이 일했다" )
장씨는 지난 12일 원인불명 내인성 급사로 욕조에 웅크린 채 숨졌다. 그는 쿠팡 칠곡물류센터 7층에서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야간조로 근무했다.

장씨 어머니는 "2인1조로 해야할 일을 (장씨가) 7층에서 혼자 다 했다"며 "물건을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포장재 공급, 관리자 지시 등 맡은 업무가 많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고인은 대구물류센터에서 비닐과 빈 종이박스 등을 공급하는 포장 지원 업무 담당자였다"며 "고인과 같은 단기직 직원까지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업무 지원 단계에서부터 주간 근무 시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죽음을 악용하는 일을 중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일 힘들어요" 말한 뒤 사망 vs "과로사 아닌 지병 때문"



19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김모씨(36)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뉴스1

지난 12일 한진택배에서도 택배기사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19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김모씨(36)는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택배노조는 지난 18일 김씨가 생전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김씨의 사망은 과로사라고 언급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공개한 숨진 한진택배 사망자의 지난 8일 문자 메시지다. /사진=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제공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서 김씨는 "오늘 180개 들고 다 치지도(처리하지도) 못하고 가고 있다.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또 물건 정리해야 한다"며 "어제도 2시에 집에 도착했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진택배 관계자는 "지인으로부터 (김씨가) 심장혈관질환을 앓아온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택배 노조가 공개한 문자와 관련해서는 "지난 7일 물량이 평소보다 많았던 것을 파악했다"면서 "(김씨가) 7일 370건의 물량을 배송했다"고 언급했다.

관계자는 "앞으로 택배 기사의 건강검진 시행을 확대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정치권 나섰다… "사망원인을 철저히 조사"



이재갑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 위기대응 TF 대책회의를 열고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주요 서브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이번주부터 오는 2021년 11월13일까지 안전보건조치 긴급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택배물류 노동자들의 사망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 중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 위기대응 TF 대책회의를 열고 "관련법상 기준을 초과하는 과로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과로 등에 대한 건강장애 예방조치 실시여부 등을 확인하고 개선방안 마련 및 이행을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주요 서브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이번주부터 오는 2021년 11월13일까지 안전보건조치 긴급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