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인수는 ‘규모’와 ‘기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총 90억 달러(약 10조3000억원)의 계약 규모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 달러)를 넘어 국내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이로써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어 일본 키옥시아(17.2%)를 제치고 삼성전자(31.4%)에 이은 2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낸드 분야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시장 판도를 바꿀 규모를 갖춘 셈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사내 임직원에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인텔의 기술과 생산 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빅데이터 시대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보유한 원천기술 또한 이번 인수의 핵심으로 지목한다. 이 시장을 개척해왔던 인텔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점에도 의의를 두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연결성이다. CPU를 위시해 다양한 IT사업으로 쌓아온 인텔의 노하우는 반도체 인터페이스 등 내외부 연결성 관련 SW·HW 기술에도 녹아있다. 이런 기술력의 강화가 SSD 등 제품의 경쟁력 제고에도 주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수를 두고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시너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규모와 기술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 “기존 인텔 제조공정의 인티그레이션 등 앞으로 숙제가 적지 않을 테니 인수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평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인수에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우선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부침이 심한 시장에서 리스크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공정 간 통합이나 사내 문화의 차이까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의 기대가 쏠리는 이유는, SK의 첫 번째 베팅을 이미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에는 하이닉스 임직원들조차 SK그룹의 인수 소식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익히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충분한 체력을 갖추고 이번 인수를 진행했다”면서 “규모의 성장뿐 아니라 기술력 확보 역시 이번 인수에서 핵심적으로 고려됐다. 인텔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낸드 분야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