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2050 탄소 중립 실현 추진 전략' 안건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정부가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을 목표로 모든 경제구조를 '저탄소화'로 전환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놨다. 온실가스의 주 배출원인 발전·산업·건물·수송 분야는 기술개발 및 제도개선으로 조기 감축을 유도하고 이차전지·바이오 등 새로운 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2050 탄소 중립 실현 추진 전략' 안건을 확정했다. 

정부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탄소 중립이 세계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탄소 중립 논의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발효된 파리 협정에서 의제가 된 뒤 주요국이 연달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다. 

미국·유럽 연합(EU) 등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 상품을 강한 국가로 수출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 도입 논의를 본격화한 것이 대표 사례다. 

"韓 무역 고려 시 '탄소중립' 해내야"


정부는 이 같은 새 질서에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주력 산업의 세계 투자나 구매 기회가 제한되고 해외 자금 조달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탄소 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석유화학·철강 등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이 배터리·수소 등 기술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디지털과 그린을 결합한 혁신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탄소 중립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국가"라면서 "탄소 중립은 어렵지만 꼭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석유화학·철강 등 탄소 다배출 업종 규모가 크다는 점은 한국의 탄소 중립 조기 실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석탄 발전 비중(2019년 기준 40.4%)이 주요국 대비 높은 점도 마찬가지다. 

저전력 반도체·화이트 바이오 육성… 기후기금도 신설


정부는 고탄소 산업 구조 혁신에 초점을 맞춘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탄소중립사회로의 공정전환을 제시했다. 여기에 '탄소중립 제도기반 강화'도 추가했다. 탄소중립 '3+1' 전략이다. 

이는 재정, 녹색 금융, 연구·개발(R&D), 국제 협력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뒷받침한다.

우선 정부는 스마트 팩토리, 업종별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석유화학·철강 등 다배출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촉진한다. 발전·산업·건물·수송 등 경제 구조 전반에서도 저탄소화를 추진한다. 

또 고성능 리튬 2차 전지·저전력 반도체·화이트 바이오 등 신산업을 육성한다. 저탄소 경제·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지역 경제·고용 안정 등 피해 최소화 정책을 병행한다.

아울러 정부는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등 탄소 중립 친화적 재정 프로그램을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민간 녹색 금융이 유입되도록 판단 기준이 되는 분류 체계 '택소노미'(Taxonomy)를 마련한다.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산하에 '탄소중립R&D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탄소 중립 R&D를 관리한다.

산업부 에너지 차관 신설… 2022년 국가 계획 반영


탄소 중립 정책은 대통령 직속 기관인 '2050탄소중립위원회'(가칭)를 민·관 합동으로 설치해 추진한다. 2050탄소중립위에는 사무처를 설치해 전략 수립을 위한 부처 간 이견 조율, 대내·외 홍보 등을 맡긴다. 

중요성이 커지는 부처의 역량은 강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에너지 전담 차관'직을 신설하고, 미래형 자동차 총괄 정책 기능도 강화한다.

이달 중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 정부안을 확정해 국제 연합(UN)에 제출할 계획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2025년 이전에 추진한다. 

'~2021년 6월 탄소 중립 시나리오 마련 → ~2021년 12월 핵심 정책 추진 전략 수립 → 2022~2023년 국가 계획 반영' 순서로 추진한다. 법령 제·개정 등에는 내년 상반기부터 착수한다.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제고'를 모두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업 활동 관점에서는 세계 시장을 선점해 수출이 증가하고 세계 자금 조달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생활에서는 대기 질이 개선되고 폐기물 발생이 줄어든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기후 행동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