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현대중공업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사진=두산중공업
두산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예상 매각가는 8000억원. 이번 매각이 완료되면 3조원대 자구안을 마련 중인 두산그룹 구조조정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다는 평가다.

공정위 독점 심사… 업계 "문제 없을 듯"


두산중공업은 지난 10일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을 두산인프라코어의 최종 인수 후보로 낙점했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인프라코어 지분 36%를 넘기는 것으로, 매각가는 약 8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 양사는 2~3주간 추가 협상을 벌인 뒤 이달 안에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업계에선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굴삭기 시장 1위(점유율 40%)이고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가 2위(약 20%)라는 점에서 시장 점유율 60%를 넘어서지만 건설기계시장 특성상 독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시장에서 독점적·지배적 사업자가 탄생, 가격이 올라갈 압력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면 합병 자체를 불허하기도 한다. 다만 업계에선 국내 건설기계시장이 ▲수입 제한이 없는 완전 자율시장이라는 점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점 ▲양사의 글로벌 점유율이 높지 않다는 점 등에서 공정위 심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 살리기 프로젝트… 구조조정 마무리


두산인프라코어가 큰 문제없이 현대중공업그룹 품에 안긴다면 두산그룹이 진행해 온 구조조정도 마무리된다.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이던 두산중공업은 원자력·화력 발전 등 주력 사업 기반이 약화되면서 신규 수주가 급감했다. 수주 급감은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고 자기자본이 감소해 부채비율이 240%까지 상승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계약이 이달 중 성사될 전망이다/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그룹은 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올해 4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자구안을 내놨다. 연내 자산매각 등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1조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구안 이행 노력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8월 두산중공업이 보유 중이던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매각했고 같은 달 두산의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네오플럭스 지분 96.77%를 신한금융지주에 730억원을 받고 넘겼다.


9월엔 두산솔루스지분 52.93%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6898억원을 받고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고 두산의 모트롤사업부도 4530억원에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으로 넘어갔다. 두산그룹 상징이던 두산타워 빌딩도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인 마스턴투자운용에 팔렸다. 매각가격은 8000억원 선.

두산 모트롤사업부와 두산솔루스를 매각하면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이 마련됐고 두산중공업은 최근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에 매각 하이라이트로 꼽히던 주력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까지 마무리 지으면 두산이 채권단에 약속한 이행안은 무탈하게 달성된다.

원자력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 체질개선 이루나 


자구안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두산그룹도 경영정상화 시계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핵심 역할을 담당할 두산중공업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로의 체질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수력, 풍력, 가스터빈, 수소 등 전방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스터빈에는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가스터빈을 국산화하고 2030년까지 18GW(기가와트) 복합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실적을 보유한 풍력 분야에선 8MW(메가와트) 터빈을 개발 중이다.

수소 분야는 두산퓨어셀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최초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 생산, 가스터빈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소터빈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두산퓨얼셀 입장에서도 두산중공업의 설계·조달·시공 역량과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입이 가능한 구조여서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다.

탐라해상풍력/사진제공=두산중공업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산업은 안보 정책과 파급력,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우여곡절을 있을 것"이라면서도 "두산중공업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주의 대장주 역할로는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두산중공업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무리한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스터빈과 풍력시장 또한 경쟁이 치열해 두산중공업이 빠른 시일 내 수익을 내긴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두산중공업이 원전 대신 추진하는 가스터빈 사업은 제네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미쓰비시 등 기업이 독차지 하고 있고 주력으로 삼는 풍력 시장 역시 덴마크의 베스타스, 지멘스 등 세계적 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실정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두산중공업이 이들 기업을 넘어서기엔 걸림돌이 많을 것이란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스터빈이나 풍력은 장비나 소재, 기술력 면에서 두산중공업이 주력하던 원자력과 전혀 다르다"며 "정부의 정책 확대와 함께 국가 기간산업이 커지는 것도 맞지만 두산중공업이 얼만큼 보폭을 맞출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