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가 2인자 한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먼저 불안과 부담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국내 축구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12월 중순이지만 아직까지도 뜨거운 레이스를 진행하고 있는 클럽이 있다. 8년 만에 아시아 제패의 기회를 잡은 울산현대가 그 주인공이다.
울산은 지난 13일 밤(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빗셀 고베(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2020 4강전에서 2-1로 승리, 결승에 올랐다. 전후반 9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까지 이어졌던 치열한 승부는 연장후반 종료 직전 주니오가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짜릿하게 마무리됐다.

2012년 대회 우승 이후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울산은 미리 결승에 올라 있는 서아시아 지역 챔프 페르세폴리스(이란)와 오는 19일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지금까지 쏟아낸 땀과 노력이 아깝지 않기 위해, 국내 대회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할 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승리한다면 정규리그와 FA컵 모두 전북현대에 우승컵을 내줘 '더블 준우승'에 그친 한을 한방에 날릴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다.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다. 거짓말처럼 K리그와 FA컵 우승 트로피를 모두 빼앗긴 채로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울산 선수단의 분위기는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김도훈 감독 스스로 "국내 대회 결과가 아쉬웠기에 카타르에 처음 왔을 땐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엎친 데 덮쳐 대표팀에 차출됐던 No.1 수문장 조현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대회 출전이 불발됐고 함께 벤투호로 향했던 김태환, 원두재, 정승현도 뒤늦게나 가세가 가능했다. 그런데 예상 외의 승승장구가 거듭되면서 분위기를 바꿨고 결국 2012년 '철퇴 축구'에 버금가는 임팩트와 함께 결승까지 올랐다.


이제 마지막 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지닌 것을 필드 위에 아낌없이 쏟아낼 수 있느냐의 여부다. 때문에 페르세폴리스보다 먼저 극복해야할 것은 혹 '또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면 어쩌나' '한 시즌 3번이나 준우승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등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는 작업이다.

이미 준결승전에서 그 압박감이 감지됐다. 승리하기는 했으나 고베와의 준결승전은, 이번 대회 울산이 치른 경기들 중 가장 내용이 좋지 않았다.

경기 시작부터 주도권을 잡은 울산은 전반 내내 수차례의 득점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슈팅이 너무 약해 골키퍼에게 공을 안겨주거나 방향이 부정확해 스스로 무산시킨 장면이 여럿이었다. 이청용도 김인성도 주니오와 윤빛가람도, 평소처럼 자신감 넘치는 슈팅을 날리지 못했다.

넣어야할 때 넣지 못한 울산은 결국 후반 6분 코너킥 상황에서 먼저 실점했다. 다행히 후반 36분 윤빛가람의 득점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이후에도 역전할 기회를 날렸던 울산이다. 연장후반 종료 직전, 주니오가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틈 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그 덕분에 마침표를 찍었으나 승부차기까지 갔다면 보장할 수 없었다.

수비 쪽에서는 불안함이 더 많았다. '결정적 실수'라 칭해도 될 만한 장면들을 최소 3~4차례 노출했던 경기다. 수비진의 집중력 저하로 높은 곳에서 고베에게 소유권을 넘겨 큰 위기를 처했는데, 다행히 상대도 마무리가 어설퍼 실점을 면할 수 있었다. 고베 스스로 승리를 차버린 인상도 적잖았던 내용이다.

적어도 준결승 경기만 보면 울산에 운이 따른 승리다. 하지만 결승에서 또 같은 요행을 기대한다면 곤란하다. 큰 경기에서는 '실력을 발휘하는 것 이상 실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고베와의 4강전 때 나왔던 실수들을 되짚는 작업이 선행되어야한다.

승부처에서 스스로 발목 잡혔던 울산이었다.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2인자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는 두려운 시험대가 아닌 2020년 아쉬움을 지워낼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는 무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쏟아낼 수만 있다면 울산은 강하다. 진부하지만 중요한 포인트, 지금 울산의 적은 페르세폴리스가 아닌 내부의 불안과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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